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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SI 드라마 열풍 … 과학수사 체험 관광상품까지 등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호 24면

CSI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과학수사 체험관광과 특별 전시회까지 등장했다. 사진은 보스턴 과학박물관의 CSI 전시회 모습.

지난 주말 미국 보스턴에 사는 빌 하미어(23) 등 일행은 시내의 한 관광지에 도착했다. 이들은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구겨진 지폐를 주워 자외선 펜의 섬광으로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러자 지폐에서 숫자가 나타났다.

“이게 무슨 숫자지?”

한참을 생각하다 한 친구가 “위치 표시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잠시 뒤 이들은 아이폰을 통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탐지기에 이 숫자를 입력해봤다. 그러자 걸어서 10분 거리인 인근공원이 표시됐다. 그곳에 도착하니 하미어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떴다.

“2분 안에 공원 주변 가로수를 모두 세어 숫자를 입력하시오.”

하미어는 수사관도, 리얼리티 쇼 출연자도 아니다. 그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관광코스를 돌고 있을 뿐이다.

‘나도 수사관’.

미국은 요즘 과학수사대(CSI)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이색적인 체험 수사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상품 중 ‘어번 인터랙티브(Urban Interactive)’가 특히 눈길을 끈다. 이는 미리 프로그래밍된 스마트폰 등을 통해 도시의 유명장소를 돌면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관광패키지 상품이다. 일종의 ‘보물찾기’와 같다. 4명 이하의 그룹을 짜서 다른 그룹과 경쟁할 수도 있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주문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짜주는 맞춤형식도 가능하다. 가격은 4명 한 조 기준 60달러다.

이날 관광을 마친 하미어는 “마치 어렸을 때 좋아했던 보물찾기 게임 같았는데 모바일 기술을 이용하니까 더욱 신기하다”며 “보스턴에서 6년을 살았지만 이전에는 몰랐던 도시의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이런 게임 형식의 관광코스를 개발한 니컬러스 토마레로(27) 사장은 “기존의 투어버스가 지겨워 새로운 방식을 찾다가 개발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기업체 단합대회용으로 주로 활용했는데 의외로 호응이 커 일반 관광객을 상대로 사업을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은 원래 문제를 풀 때 쾌감을 얻는다는 점을 겨냥해 프로그램을 짰다”며 “남자 고객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보스턴 과학박물관에서는 내년 1월까지 CSI 특별 전시행사도 있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끝나면 다른 도시로 순회할 예정이다. 이 전시의 관람객은 입구에서 종이와 연필을 받아 수사현장과 실험실에 직접 들어가 색다른 체험도 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여러 과학박물관 협회와 미 법의학 협회, 미 과학재단 등의 참여와 후원으로 이뤄진 만큼 전문성도 있다.

짧은 안내영상에서는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길 그리솜이 나와 예비교육도 해준다. “죽은 사람은 자신을 대변할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편 지난달 24일 CSI:NY(뉴욕) 편에서는 수사관이 범인을 찾으러 3차원 가상세계인 세컨드 라이프 안으로 들어간다. 세컨드 라이프는 사용자가 자신의 디지털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어 사이버 세계에서 사람을 만나고 물건도 만들며, 경제와 예술 활동 등을 할 수 있다. 방송사인 CBS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세컨드 라이프 내에 CSI 수사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놨다.

세컨드 라이프 속 CSI 세계에 가보면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 여러 개다. 사용자는 사건 현장을 방문해 관찰하고 그 모든 정보를 토대로 결론을 내려 상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건은 매달 바뀌며 실제 드라마 감독이 ‘최우수 수사 보고서’도 선정한다.

CSI 연구원인 앤드루 나르델리는 “드라마의 특성상 DNA를 분석하면 바로 나오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시간이 2∼3주씩 걸린다”며 “일부 드라마에 등장하는 과학기술은 다소 과장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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