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사랑은 위험한 열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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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19면

1400여 개. 최근 태양광 발전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기업의 숫자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전력 구매를 약속하자 서로 앞다투어 신규 진출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대박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하나같은 얘기다. 정부가 비싼 값에 전기를 사준다고 해도 원금을 회수하는 데만 10년 가까이 걸리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요동치는 증권시장=태양광 산업은 증권시장에서 먼저 달궈졌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동양제철화학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고나서부터다. 일본 샤프를 방문해 태양광 발전 사업을 소개받았던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관련된 국내 기업을 찾아나서면서부터다. 마침 동양제철화학이 태양전지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동양제철화학은 5만원대이던 주가가 현재 30만원대로 치솟았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에이치앤티가 실리콘 태양전지의 원료로 쓰이는 석영광산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시하자 올 초까지 360억원대이던 이 회사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주식 대박 사례가 나오자 증권시장에서 태양광은 주가 띄우는 소재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반대다. 전남 광양에서 7년째 발전설비 사업을 하고 있는 대양테크의 김상선 대표는 3~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월부터 전남 광양에서 상업용 발전을 시작했다. 보성·순천 등지에 발전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해 “과열”이라고 진단한다. 김 대표는 “요즘 회사에 찾아오겠다는 사람이 1주일에 3~4명이나 된다”며 “그러나 찾아오는 사람의 99%는 사업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8~10년은 지나야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라남도 강진에서 운영되고 있는 태양광발전소 ‘동원솔라파크’. 동원산업이 71억원을 투입해 4개월 만에 완공한 이 발전소는 하루 4MW안팎의 전력을 생산, 전량 한국전력에서 운영하는 전력거래소에 팔고 있다. 가격은 kWh당 677.38원. 이 회사 관계자는 7년 정도 지나야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값에 사준다고 하는데?=정부는 태양광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발전용량 기준으로 100MW까지 kWh당 677원38전에 구매한다. 시장가격의 8배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사업자들이 줄을 잇는 형편이다. 그러나 신규 허가 발전소들이 속속 가동하면 곧 소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현재 151개의 발전소가 상업 운전을 하고 있다.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생산된 전력은 8분의 1 수준인 84원57전(원/kWh)에 팔아야 한다. 9월 말 현재 태양광 발전 허가용량은 287MW로 정부가 사주기로 한 100MW의 세 배에 육박한다. 대규모 태양광발전소가 속속 건립돼 조만간 용량이 마감되면 수지 맞추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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