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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말도 결국 방송용 속내 모를 스타토크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호 15면

MBC-TV 예능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가수 성시경의 말을 두고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방송용 멘트와 마음속 멘트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며 고민 해결을 읍소한 그는 이날 작심한 듯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유승준의 입국을 불허한 정부의 조치는 유치하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등. 덕분에 음악 불법다운로드 풍조 등 실제 논란거리는 쑥 들어가고, 유승준이 공인이니 아니니 소득 없는 주제에만 며칠째 굴비가 달렸다.

툭하면 ‘예능으로만 봐주세요’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무릎팍 도사’가 성시경의 논쟁적 발언을 ‘큰 웃음’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거리를 두는 자막(‘성시경씨 발언은 제작진과 관계가 없습니다’)을 내보내는 데 그친 것은 썰렁하다 못해 유치했다. 성시경의 소위 ‘고학력 발언’(‘게이트 키핑’ 등 학구적 용어를 쓰는 것)을 트집 잡으며 재미를 연출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지루했다.

실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방송용 멘트’를 거부하고 속말을 한답시고 했지만 그것 역시 ‘방송 멘트’다.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의 말은 ‘게이트 키핑’도 없이 대중에게 전달된다. 시사프로가 아닌 바에야 연예인 MC가 그런 말을 깊이 있는 토론으로 연결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어떤 면에선 ‘무릎팍’이 논란 될 만한 발언을 유도해내고 팔짱 낀 흔적마저 보인다.

그동안 방송이 가식적인 설정으로 대중에게 환상을 실제로 믿게 한 ‘영업 원칙’ 같은 게 있었다. 알 만큼 다 아는 세상, 이제는 너도나도 속말이 대세다. 그게 리얼리티란다. 그런데 그걸 통해 시청자가 무얼 얻을 수 있나. 웃음도 감동도 아니고 훈계?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면서 ‘공인’은 아니라니, 대체 어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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