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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古都에서 격동을 느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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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중국 도시들이 역동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방대한 제조업으로 벌어들이는 엄청난 돈이 그 동력이다. 가장 급변하고 있는 곳은 수도 베이징이다. ‘새로운 베이징, 위대한 올림픽(New Beijing Great Olympic)’이 모토다. 2008년 올림픽 준비에 국운을 건 듯하다. 어딜 가든 올림픽이다. 베이징(중국)

1. 베이징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베이징 개발전시관’의 초대형 미니어처. 왼쪽 아래 밝은 곳이 올림픽 단지, 위쪽은 자금성.


베이징이 얼마나 큰 도시이고,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기 위해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천안문 광장 남단에 있는 ‘베이징 개발 전시관’(北京市規劃展覽館·Beijing Planning Exhibition Hall)이다. 전시행정에 이력이 난 한국 관광객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광장 남쪽 사거리에서 동쪽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다. 우리나라 관변기관들이 운영하는 썰렁한 전시공간과는 전혀 다르다. 베이징의 역사와 비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섬세한 전시물은 거의 문화재급이다. 세련된 배치와 효과적인 음향·조명도 인상적이다.대충 구경하려 해도 1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그만한 가치는 있다. 이곳을 제대로 보고 나면 베이징에 대한 전체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져 이후 관광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 고층건물·도로·공원이 조화를 이루게 정비된 시내. 3.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냐오차오(Nest)’ 미니어처. 4.올림픽 중계를 위한 최신 설비를 완비한 신화사 스튜디오.

일단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걸린 거대한 동판(가로 9m, 세로 10m)부터 보자. 중국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1949년 당시 베이징의 모습이다. 그리고 3층에 도착하면 오늘과 내일의 베이징 모습이 미니어처로 펼쳐져 있다. 큼직한 전시홀 전체가 베이징의 축소판이다. 베이징 성곽 내부는 미니어처로 만들었고, 외곽은 항공사진으로 바닥을 깔았다. 4층으로 올라가면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눈여겨볼 곳은 올림픽 단지와 공항이다.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이 두 곳은 2008년 올림픽 무렵 베이징의 모습을 바꿔놓을 랜드마크다.

두 곳의 규모는 현장을 찾아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새 둥지 모양으로 생겨 냐오차오(鳥巢·Nest)라고 불린다. 아직 공사 중이라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지만 근처에만 가도 멀리서 충분히 볼 수 있다. 메인스타디움을 중심으로 여러 경기장이 들어서고, 공원과 선수촌까지 만들어진다. 경기 후 도심 신도시로 변모하게 된다.신공항은 현재 사용 중인 베이징 공항과 붙어 있기에 비행기 착륙과 동시에 볼 수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설계했다. 거대한 용이 막 비상하려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5.오리구이를 먹으면서 전통공연 갈라쇼를 즐길수 있는 39라오서차관39

전시관을 보고 나서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서 보자. 천안문 광장의 주인공은 여전히 마오쩌둥(毛澤東)이다. 그의 시신이 냉동 보관돼 있는 기념관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둘러싸여 있다. 광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기념관을 한 바퀴 휘감고 있는 줄을 따라 기념관 내부로 들어서기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린다. 지방에서 모여든 많은 중국인은 기꺼이 2시간을 투자해 마오를 참배한다. 그들 마음속에 마오는 여전히 살아 있다. 기념관 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다. 마오의 시신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로테스크하다. 특별히 마오나 공산주의에 관심이 많거나, 시간이 어지간히 남지 않으면 지나쳐 자금성으로 향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금성은 중국의 과거를 말해주는 하이라이트임에 분명하다. 안타깝지만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자금성의 중심인 태화전을 볼 수 없다. 내년 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대규모 수리 중이라 사방을 막아놓았다.
자금성은 베이징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찾는 곳이다. 하지만 워낙 넓은 데다 장관에 취해 사진 찍는 데 신경 쓰다 보면 금방 지친다. 정작 그 방대한 역사·문화적 함의를 소홀히 하기 쉽다. 겉과 속을 모두 채우는 알찬 관광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한국어로 된 오디오가이드를 빌려 사용하길 꼭 권하고 싶다.  

저녁 프로그램으로 ‘라오서(老舍) 차관(茶館·Tea House)’을 강추하고 싶다. 중국의 문호 라오서와 그의 작품 ‘차관’을 기념해 만든 식당 겸 공연장이다. 천안문 광장 남단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얼마 가지 않아 보인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에게 곤욕을 치르고 연못에 몸을 던져 자살한 비운의 작가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는 씁쓸한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베이징 오리구이를 먹으면서 중국 전통공연 갈라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흔히 명소를 점찍듯 돌아다니는 관광을 하다 보면 소홀히 지나치는 것이 문화다. 문화를 빼고 그 나라를 이해할 수는 없다. 음식과 공연, 두 가지 모두 즐겨야 할 문화다.

이곳에선 베이징의 대표 공연인 경극(京劇)과 그림자 인형극, 그리고 변검(얼굴 바꾸기) 등을 볼 수 있다. 그림자 인형극으로 무대 막이 오른다. 서유기의 한 대목이다. 약간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2000년 넘게 중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공연이다. 영화와 인터넷이 판치는 세상에서 여전히 그림자극을 즐기고 박장대소하는 중국인의 복고취향이 신기하다.

역시 화려하긴 경극이다. 3명의 배우가 10여 분간 선악을 연기하는 짧은 공연이지만 화려한 분장과 절제된 움직임, 무표정한 얼굴과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적절히 어울려 강렬하다. 신비스럽기론 역시 변검이 압권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바뀌는 모습이 마술 같다. 배우가 무대를 내려와 손님과 악수를 한 상태에서 ‘읍’하는 순간 얼굴을 바꾸면 객석은 자지러진다. 무대는 두 곳이다. 자리에 따라 입장료가 60위안에서 180위안까지 다양하다. 식사는 주문하기에 달렸다. 외국인들에게 워낙 인기가 좋아 예약해야 한다.

낮에 거리를 지나칠 때면 건물들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요즘 세계 건축가들에게 ‘꿈의 동산’이다. 중국 정부가 방대한 대지에 엄청난 건축비를 마다하지 않으니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지어진 베이징의 건물들은 매우 특이하다. 시내 한가운데 건축 중인 중국중앙방송(CCTV)의 신사옥은 그중에서도 기이하다. 거대한 빌딩이 마주 보고 쓰러질 듯 올라가고 있다. 막 쓰러지는 거대한 기둥처럼 보이는 두 건물은 꼭대기에서 ㄱ자로 꺾이면서 앞으로 삐죽 튀어나오다가 90도 각도로 만날 예정이다. 마치 찌그러진 6면체의 모서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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