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추석전 성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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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동차를 이용해도 시간 걸리기는 다를바 없지만 70년대까지만해도 가능한한 걸어서 省墓를 가는 사람이 많았다.고향을 찾아 茶禮를 지내고 성묘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逆算해 일찌감치 집을 나서는 것이다.
지금은 차를 이용해도 시간 맞추 기가 쉽지않은 반면 고생스럽기는 해도 걸어서 가면 시간에 대가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모두가 추석 당일에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겠다는 후손들의 갸륵한 심정의 발로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설날.寒食.端午.추석등 1년에 네차례 성묘하는 것이 폐할 수없는 우리네 전통적 관습으로 돼있지만 관계 문헌들 가운데는 반드시 그 당일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쓴 것들도 많다.祭禮의 일반 원칙을 서술한『祭錄』에는「벼슬길에 얽매여 타 향에 나가 있으므로 제때 拜掃(조상의 묘를 깨끗이 하고 돌봄)하지 못하면 집에서 제사로 대신해도 된다」고 했다.또 朝鮮朝 中宗때의 性理學者 李彦迪이 쓴『奉先雜錄』을 보면 「만약 묘소가 멀면 2,3일 전에 미리 가서 齋戒하여 상을 차 리고 배례한다」는 대목이나와있다.
脫喪할 때까지 3년동안 侍墓살이를 했던 그 옛날의 풍습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랄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여 현실적인 모든 문제들까지 팽개쳐서는 안된다는 배려가 담겨있음직하다.
사실 오늘날에 이르러 엄격하게 격식에 맞춰 돌아 가신 조상들을 돌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그것은 孝의 무게와도 별반 관계가 없다.
아무리 부모와 조상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다 하더라도 생업이 왔다갔다 하는 중요한 일까지 나몰라라 하고 성묘하는 사람들을 효자,효손으로 치부하는 세 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년의 추석전에 성묘하는 새 풍습은 그같은 현실적인 문제와는 직접적 관계가 있어 보이질 않는다.물론 추석연휴 시작과 함께 야기되는 교통지옥 현상을 다소나마 완화시킬는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생업등 현 실적인 문제때문이 아니라 해외여행등 단순히 추석연휴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니겠는가.
2,3년전부터 農協이 벌이고 있는 산소관리 대행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추석전 성묘의 새 풍속도는 저세상의조상 들을 서글프게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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