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여성>삼성 여성전문인력 채용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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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너희들 5백명이 잘해야 앞으로 여성을 뽑는 숫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강하게 느낀 시기였다.』『맡겨진 업무를 잘 해나갈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시기였다.』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三星그룹에 채 용된 5백명의 여성전문인력중 대부분은 지난 1년의 기간을 이렇게 되돌아본다. 기업의 미래가 여성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여부에 달려있다는 인식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그러나 여성인력을 뽑고키우는 일은 쉽게 실천에 옮길수 있는 일이 아니다.
「5백인의 전문여성」을 놓고 현재 삼성 인력개발원은 지난 1년간의 직종별 만족도 근무내용등을 토대로 평가작업을 실시중이다. 이 내용을 근거로 삼성은 6백~7백명을 예정하고 있는 94년 하반기 전문 여성인력 채용계획의 분야등을 확정할 것이라고 한다. 숙명여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三星전자 정보통신본부 통신개발실에서 무선통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車賢瑛씨(23.
소프트웨어직)는 첫 여성전문직으로 뽑힌것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인원부족 상황인데도 나중에 남성을 받아들이기 위해 인력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어떤 부서의 인사관리에서 여성에 대한 단단한차별의 벽을 느꼈다고 한다.
비서전문직으로 사회의 첫발을 디딘 安卿華씨(23.삼성물산에스에스패션)의 견해도 비슷하다.『비서직에 있었던 선배언니들중 30%정도가 차를 나르고 전화를 연결시켜주는 일에 만족을 못하고자리를 떴다.전문 비서가 상사의 경영효율을 도모 하기 위한 파트너및 업무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그에 걸맞는 일이 과감히 맡겨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三星생명의 한 영업소에서 영업총무로 있는 鄭永珍씨(22.경영지원직)는 내근 여사원관리, 보험설계사들의 계약및 영업소 업적관리등 지금까지 남자들이 전담해온 총무의 역할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에 대해 무척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
3개월간의 전문 교육과정중 가전공장 라인에 배치돼 하루에 1천대 이상의 전자레인지 문짝을 끼우는 실습을 받은 金思任씨(23.디자인직.삼성전자상품기획실).그는 『남성과 동일한 강도의 업무와 책임을 부여받는다는게 여성에게 벅찬 일이기 는 커녕 환영할 일』이라며 『여성의 감각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여성인력을뽑느니만치 앞으로는 키우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이들의 바람은 교육과정에서 갖가지 일화를 낳았던 산악행군등 남성들과 함께했던 극기훈련(MAT)처럼 단순하면서도 실질적이다.그러나 기업의 환경을 탓하기 앞서 맡겨진 일을 옹골지게 해내는 일이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입 을 모은다.
일부 중간관리자중에는 계열별 공채를 통해 충원될수 있는 경영지원.영업.연구기술직등을 굳이 여성,게다가 전문직이라는 이름을붙여 뽑는것이 필요하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어 어느정도의 직종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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