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문을 ‘사이언스’에 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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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국내 경제학자로는 처음으로 학술지의 최고봉인 미국 ‘사이언스’ 318호(10월 26일자)에 논문이 실려 주목을 받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최정규(41·경제학박사·사진) 교수는 언론의 집중 관심에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경북대는 최근 우수 논문 저술을 독려하기 위해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논문이 실릴 경우 최고 1억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선언한 직후여서 학내의 관심도 여느 때와 달랐다. 경북대 경상대 건물엔 축하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최 교수의 연구실엔 노동일 총장이 보낸 축하 화분도 있었다.

-경제학자가 어떻게 자연과학을 주로 다루는 사이언스에 논문을 싣게 됐나.

“이번 논문은 이타성(利他性)의 진화를 다룬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는 행동경제학의 기본 가정이다. 이타적이지 않아야 이득인데 헌혈·자원봉사·불우이웃돕기·수재의연금 등 이타성이 왜 존재하는지 답을 찾는 연구다. 이는 진화생물학의 오랜 주제이기도 해 사이언스도 관심이 많은 분야다.”

-교신저자는 어떤 역할을 했나.

“논문은 내가 썼지만 교신저자인 새뮤얼 보울스 교수가 논문 낼 것을 권유했고 그 실무를 맡았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나의 경제학박사 논문을 지도한 분이다. 보울스 교수는 그곳을 은퇴한 뒤 산타페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다. 박사를 받은 뒤 나도 그 연구소에서 1년 8개월 정도 있었다. 그곳은 서로 다른 학문 분야를 협동연구하는 것이 전통이다. 물리학자와 인류학자·경제학자 등이 서로 어울려 연구한다. 그러면서 나도 진화생물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언제 게재 연락을 받았나.

“지난 4월 투고해 일주일 뒤 후보 논문 통보를 받았고 보완을 거쳐 한달 전쯤 사이언스로부터 최종 게재 연락과 함께 엠바고(보도 유예) 요청을 받았다. 이제 사람들 눈이 무서워 진짜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최 교수는 2005년 경북대에 임용됐으며, ‘이타적 인간의 출현’(2004) 등의 책을 냈다. 그동안 이타성과 진화론을 중심으로 경제 활동을 이해하려는 논문을 많이 써 왔다.

26일 오후 인터뷰 내내 전화가 빗발쳤다. 그날 저녁엔 경상대 교수들이 축하 모임을 마련했다. 사이언스에 논문이 실리면 대학 평가의 서열이 바뀔 정도라고 한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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