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누드 찍은 연예인 사극 출연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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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옷을 벗으면 사극엔 출연할 수 없나. 누드 촬영을 한 여자 연예인의 사극 출연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일명 '스포츠 누드'로 화제를 모았던 탤런트 함소원이 최근 사극 '무인시대'(KBS)에 합류하자 일부 네티즌이 '다른 시트콤이나 드라마라면 몰라도 사극만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퇴폐배우 퇴출 모임을 만들자'는 극언까지 하며 조직적인 거부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여론조사에서는 함소원의 출연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60%를 넘었고, '왕의 여자'(SBS)에 출연 중인 사강 역시 최근 누드 촬영을 했다는 소문이 돌자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네티즌이 드라마 중도하차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 네티즌이 누드 연예인의 사극 출연에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청자 게시판에 오른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사물은 국민정서와 민족성을 표출하는 정신…역사물만은 깨끗해야 한다''정숙하지 못하고 문란한 여자가 시트콤이나 드라마라면 몰라도 어떻게 한 나라의 사극에 출연하나''공영방송의 역사 드라마에서 이게 무슨 짓…당장 연기자를 교체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민족 자존심상 옷 벗은 여자가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못 봐주겠다는 심리다. 이들보다 앞서 누드를 찍은 가수 겸 탤런트 이혜영이 지난해 시트콤 '형사'(SBS)에 캐스팅됐을 때는 이런 논란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만 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마약이나 매춘 등 범법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연예활동의 하나인 누드 촬영에 이처럼 극단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지나친 과민반응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함소원 누드는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만큼 '대박'을 터뜨렸다. 뒤에서는 돈을 주고서까지 누드를 즐기면서 앞으로는 준엄한 얼굴로 벗었다는 이유만으로 누드 연예인을 비하하는 이중성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최근 잇따르고 있는 여자 연예인의 누드 행렬은 손쉽게 한몫을 챙기겠다는 상업주의적인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못마땅하다면 이런 행태 자체를 비난해야지 출연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옳은 행동은 아니다. 아무리 누드 촬영을 했다지만 연기자인 이상 연기력으로 평가하는 게 어떨까.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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