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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쿠바의고민>4.혈안의 달러벌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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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회주의 체제가 망하면서 관광수입으로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있는 나라가 어디 한둘인가.舊蘇聯.中國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주의국가들이 뒤늦게 돈맛을 알고 밑천없이 뛰어드는 분야가 바로관광산업 육성이었다.
그러나 쿠바의 관광산업육성은 매우 유별나다.형편없이 낙후된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관광산업만 세계최첨단을 걷는다 싶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천혜의 카리브海 風光을 바탕으로 스페인.캐나다등으로부터 자본과 경영기법도입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지난 92년 쿠바를 찾은 관광객은 46만명,작년엔 60만명으로 늘었고,올해는 8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쿠바정부는 전망하고있다.카스트로는 연간 1천만명으로 관광객 숫자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카스트로의 포부가 무모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묘책을 짜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어느날 갑자기 누구에게나 관광비자를 발급하기로 한정책변화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라 하겠다.외국주재 쿠바공관측은신청자의 여권에 비자(입국사증)스탬프가 찍히지 않도록 별도의 비자증서를 만들어준다.폐쇄된 사회주의 국가에 입국한 사실이 드러나 행여 관광객이 피해를 볼까 해서다.
뿐만 아니라 호텔경영에 철저히 서구식 경영기법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아바나 북부해안에 자리잡은 넵투노와 트리톤이라는 쌍둥이 호텔(객실 각각 2백66개씩)은 쿠바의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소련기술과 자본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그런데 최근들어 트리톤 호텔은 문을 닫았다.지난해 11월 두 호텔의 경영이 스페인의 호텔전문기업인 이베로스타에 넘어갔고,이를 계기로 이베로스타가 경영효율화 조치를 단행해버린 결과였다.
우선 손님을 한 호텔로 몰고,종업원 7백50명을 4분의1 수준인 1백80명으로 줄여버렸다.스페인의 젊은 경영진들은『원시적인 기존경영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며 주저없이 밀어붙였고 쿠바정부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이유는 간 단했다.소련이라는 젖줄이 졸지에 끊어지면서 하루 아침에 거지신세로 전락하게 된 쿠바경제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었고,달러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벌어들이는 방법은 관광객유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거수기노릇을 해온 국회까지도 관광산업유치에 경쟁적으로 목청을높였다.「트로피카나」라는 쿠바최고의 무용팀이 떨어진 스타킹을 신고 관광객들 앞에서 춤을 춘다고 해서 한 국회의원이 호통을 치는 바람에 트로피카나 책임자의 목이 달아났으며 무용수들은 모두 새 스타킹을 신고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관광수입이 얼마인지에 대해 쿠바정부는 공표를 꺼린다.그러나 최근들어 쿠바정부의 달러조달이 전적으로 여기에 의존하고 있음은분명하다.
화폐제도도 따로 걱정할게 없다.관광객들이 달러를 가지고 들어오니,아예 달러로 값을 매겨 달러로 받으면 되는 것이다.
쿠바에서는 영리한 호텔 웨이터의 하루 팁 수입이 8~10달러는 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암시세 환율로 환산하면 하루에 석달봉급을 버는 셈이다.그러나 그것을 혼자서 챙기는게 아니다.각자 팁수입의 40%를 黨에 내야 하는데,黨은 10%를 챙기고 나머지 30%를 팁 수입이 없는 주방직원이나 기타 종업원들에게 나눠준다.그래도 달러 벌이를 못하는 대다수의 쿠바인들에비하면 이들은 선택된 사람들이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관광육성을 통한 달러벌이에 눈이 먼 나머지별곳에서 다 돈을 받는다.관광객이다 싶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달러를 풀어놓게 하려고 혈안이다.아바나 한복판에 있는 혁명기념관은 입장료가 3달러다.그런데 그안에 있는 쿠 바영웅 체 게바라 전시실에 들어가려면 1달러를 또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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