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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킴이 '흰개미 탐지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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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1일 오후 서울 덕수궁 즉조전 앞에서 ‘보람’(左)·‘우리’ 두 탐지견이 흰개미를 찾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목조 문화재의 천적인 흰개미를 없애기 위해 견공(犬公)들이 출동한다.

삼성생명은 31일 경복궁에서 문화재청과 협약식을 하고 흰개미 탐지견 두 마리를 무상 지원키로 했다. 개들은 궁궐이나 사찰 등 나무로 돼 있는 문화재를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동물 출입이 금지돼 있던 문화재 공간에 개가 활보하는 건 처음이며, 문화재 보호에 동물이 나서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삼성생명 탐지견 센터는 그간 개들에게 인명구조와 마약.폭발물 탐지 방법을 훈련시켜 관계기관에 지원해 왔다. 흰개미 사업은 사회 공헌 활동을 더 확대하자는 차원이다. 문화재청은 2624건에 이르는 목조 문화재 중 20% 정도가 흰개미 피해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훼손을 막으려면 조기 발견이 필수적. 하지만 나뭇조각에 흰개미가 생기는지 알아내는 기존 방법은 3~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탐지견의 등장은 이를 '즉시 발견, 즉시 대응' 체제로 바꿔놨다.

센터 측은 5월부터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 종 두 마리를 골라 흰개미 특유의 페로몬을 감지하는 훈련을 시켜 왔다. 수컷인 우리(4세).보람(3세) 둘 다 마약견으로 유명했던 개들이다. 우리는 5월 군견 경진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관록을 자랑한다. 센터 측은 훈련 과정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개미를 발견하면 개들은 모든 동작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는다. 문화재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새 문화재 지킴이를 갖게 된 문화재청의 기대는 크다. 11월 경남 해인사를 필두로 본격적인 흰개미 퇴치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상복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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