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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좌익 美化는 없었다-기술시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화제의 영화『태백산맥』을 만든 태흥영화사는 6일 오후 4시 영화진흥공사 시사실에서 영화제작관계자들만 모인 가운데 기술시사회를 가졌다.기술시사회는 영화를 완성하자마자 관계자들만 모여 영화의 기술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상영용 필름의 내 용을 최종 확정하는 자리다.中央日報는 제작관계자에게만 관람이 허용된 시사현장에 잠입,처음으로 완성된 형태의 『태백산맥』을 2시간48분동안 살필수 있었다.그 현장을 공개한다.
[편집자註] 일부 우익단체의 상영저지 위협으로 화제에 올랐던『태백산맥』은 전체적으로 「이념의 갈등을 그린 역사드라마라기보다 인간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그린 휴먼드라마」라는 느낌이었다.
역사서술이나 해묵은 이데올로기 논쟁보다 고난의 민족사를 배경 으로 바로 우리 곁에서 벌어졌던 인간군상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일부 우익단체에서 말하듯 좌익을 미화,선전하는 내용은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좌익이 인민재판하는 장면만 봐도 그렇다.인민재판에 끌려 나온 지주는 사뭇 양심적이었을뿐 아니라 좌익 우두머리에게 일제시대에 학비를 대준적도 있어 아무 일 없이 생명을건지는 내용이었다.거기에 사회주의 선전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그 장면을 보고 계급투쟁 의식이나 북한추종 사상이 생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것이 대다수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영화에는 우익의 테러장면도 나오지만 좌익의 살상.비정함도 그에 못지 않을 정도로 표현됐다.어느 누구도 승자가 없었던 한 시대의 아픔을 그린 것이다.
따라서 영화상영이 끝났을때 대다수 관객이 보인 반응은『우익단체의 우려는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혹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기대한 좌익이 있다면 허탈해 할 것』이었다.이 영화가 우리 역사를 그려내는데서 객관 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관객들은 『원작중의 인물성격.상황을林權澤감독이 다 뜯어고쳐 철저히 자기류의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입을 모았다.
원작에서 악의 화신쯤으로 묘사된 우익청년단장 염상구는 오히려한 시대를 고달프게 살아가는 보통인간으로 나온다.시대를 잘 이용해 이전에는 꿈도 못꿨던 정숙한 여인네를 겁탈한것 외에는 일상적인 업무만 수행할 뿐이다.또 골수공산주의자인 형 염상진의 가족들에게 가끔 양식을 들여주고 자신이 겁탈했던 여인에게도 생활비를 건네주는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원작과는 철저히 다른 개성있는 인물창출이었다.『당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골수공산주의자 염상진 은 6.25이후 땅속에 숨어있던 동생 염상구를 탈출시키고 있다.뿐만 아니라 회색분자 김범우와 논쟁끝에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는데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자못 회의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끝부분에서 불타는 벌교거리를 배경으로 새끼무당 소화의 진혼굿속에 주민들의 울음.한탄이 담긴 장면이 나온다.좌.우도 없이 다만 한 시대를 잘못 타고나 비극을 당한 뭇 인간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배인 화면에 연극배우들을 대거 기용,그들의 뛰어난 연기를 이 대작속에 녹여버린 임권택감독의 연출능력만이 돋보이는 영화였다.이 영화에서 좌.우를 논한다는 것은실로 어리석다는게 전체 분위기였다.
〈蔡仁澤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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