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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지각변동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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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통 거인 롯데그룹이 보험업에 진출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 측은 이르면 이번 주 중 대한화재 최대주주인 대주그룹과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롯데는 대주 측이 보유한 지분 59.35%를 모두 인수하되 인수 가격은 3500억~4000억원, 주당 1만4600~1만6700원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대한화재 인수 후 사명을 롯데손해보험으로 바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인수 소식에 대한화재 주가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1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9월 말 8000원 선이던 주가가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금융업 교두보 마련=롯데는 금융업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를 노려왔다. 대한화재 인수로 롯데의 금융계열사는 카드·캐피탈에 이어 3개로 늘어난다. 대한화재는 지난해 매출 7113억원, 순이익 72억원의 중하위권 보험사다. 롯데에는 금융업의 교두보로 안성맞춤일 수 있다. 대한화재의 덩치를 키우면서 자연스레 그룹 내 금융업 비중을 높일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보험업에 최종 진출할 경우 단시간 내에 업계 5위권으로 뛰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그룹 계열사 자체 보험 물량이 만만치 않은 데다 홈쇼핑·카드사와 같은 판매망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보험료는 한 해 500억원 정도다. 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는 현재 동부화재와 제휴, 부대사업으로 보험상품을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백화점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시장 공략에 나서면 업계 5위권 진입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손보 시장은 삼성·현대·동부·LIG가 각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메리츠·제일·흥국쌍용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매각 협상 마무리 단계”=대주그룹은 허재호 회장과 대한시멘트·대한페이퍼텍 등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대한화재 지분 59.35% 모두를 롯데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그룹 관계자는 “큰 틀에서의 협상은 마무리 단계로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며 “조만간 롯데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MOU를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까지 쟁점이 남아 있어 막판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한화재가 대주그룹 및 대주건설에 지급 보증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규모가 930억원 수준”이라며 “롯데가 이를 문제 삼아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주그룹은 지난달 사모펀드(PEF) 칸서스 파트너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가 매각이 결렬된 바 있다.

염태정·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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