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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어린이의 ‘언니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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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온양사업장 D램 패키지 4 씨앗봉사팀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충남 아산시 배방면 배방지역아동센터(공부방)를 방문해 LCD TV와 DVD를 전달하고 있다. 아산=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2일 오후 충남 아산시 배방면 북수리 배방지역아동센터. 파란색 조끼를 입은 여성 15명이 초등학생 20여 명과 과학·사회 교과서를 펴 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 중간고사를 보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과외수업’을 준비한 여성들은 문제집에 나온 내용을 꼼꼼히 설명해 주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매주 수요일이면 이 공부방을 찾아 아이들의 공부를 돕고 같이 놀아 주는 자원봉사 모습이다. 이날 온양사업장 D램 패키지 4 ‘씨앗팀’(리더 권미경)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돕기 전에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씨앗팀 회원들은 사내에서 ‘수공예품 자선모금 바자회’를 열고 모은 수익금으로 구입한 LCD TV와 DVD를 아동센터에 전달했다.

아동센터에는 TV가 없어 시청각 교육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바자회를 열어 TV를 전달한 것이다. 전달식에는 최시돈 상무(제조3팀장)가 참석해 아동센터 직원들과 아이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이 아동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7월 초. 아산의 다른 지역과 달리 교육환경이 여의치 못해 학원·특성교육이 어려운 지역사정을 감안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공부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교사’를 자청했다.

직원들은 4개 조(씨앗·나이팅게일·36.5도·삐삐)로 나눠 매주 수요일 오후 아동센터를 찾아 아이들과 공부를 한다. 씨앗팀은 이날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2시 근무를 마치고 아동센터로 이동했다.

 새벽 근무로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들과 만난다는 설렘에 약속을 저녁으로 미룬 직원들도 많았다. 현관문부터 반길 아이들이 눈에 선해 피곤함도 잊고 센터로 달려간다고 한다.

 봉사단이 중점을 두는 것은 학습 외에도 ‘인성교육’이다.
 아동센터에 오는 아이들 중 일부는 부모와 떨어져 살거나 결손가정이 많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학습지도와 함께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눈다. 친언니·누나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장래에 대한 얘기도 나눈다.

 씨앗팀의 맏언니 공기영(31·여)씨는 “전문교사들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지도를 통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강영미(10·가명)양은 “공부를 할 때는 선생님, 과자를 먹을 때는 언니라고 부른다”며 “언니들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아산=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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