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653억 펀드 실체 아리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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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 사돈 민경찬(44)씨의 '6백53억원 사설 펀드'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閔씨를 구속한 경찰은 영장에서 "(閔씨가) 기자 앞에서 과시욕에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충동적으로 6백50억원을 모금했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閔씨는 지난달 15일 모 주간지 기자를 만나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2개월 만에 6백53억원의 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47명에게서 6백53억원을 입금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마치 돈을 유치한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閔씨는 파문이 일자 당황해 거짓주장을 계속했을 뿐 6백53억원을 모금한 적이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주간지 인터뷰와 금감원.청와대 조사 때의 발언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뒤집히고 있는 셈이다. 수사 관계자는 "閔씨를 조사한 결과 도저히 6백억원대의 자금을 끌어 모을 만한 인물로 볼 수 없더라"고 말했다. 이번 파문이 閔씨의 '허풍'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閔씨가 새 병원을 지으려 했던 이천타운 건물의 소유주 李모(43)씨도 이날 "2002년 4월 49억원에 건물을 팔기로 閔씨와 계약을 했는데 閔씨가 계약금 1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전부 3억5천만원밖에 돈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閔씨는 언론에 거액 펀드 조성설을 흘리면 돈이 쉽게 모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빚쟁이 신세인 閔씨가 경기도 이천에 병원을 세우는 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모으려고 '언론 플레이'를 했지만 미처 돈을 모으기도 전에 파문이 커져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주변에서는 펀드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閔씨가 신원이 노출돼서는 안될 비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펀드 조성 자체를 부인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또 閔씨가 경찰에 연행되면서 내놓은 해명서에서 "돈은 동업자의 계좌에 있다"고 밝힌 점에 미뤄 모금과정에서 閔씨가 대통령과 사돈임을 내세워 '얼굴마담'역할을 했고 실제 모금은 제3자가 주도했을 수도 있다.

경찰은 閔씨 주변 인물 20여명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했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주 중 펀드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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