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로 간 정동영 "경제 지도자, 경제인일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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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30일 당 지도부와 함께 김포 해병 2사단을 방문해 부대 간부들의 인사에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 [김포=강정현 기자]

"경제 지도자가 꼭 경제인일 필요는 없다. 지도자에겐 신념과 방향성이 중요하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30일 자신의 '경제 리더십론'을 펼쳤다. 그는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해 "지난 30여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경제를 잘한 지도자로 꼽히는 미국 레이건.클린턴 대통령,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경제인으로 (성공적인) 지도자가 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정 후보는 "(경제인 출신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나 태국의 탁신 총리는 아이러니하게 모두 실패한 지도자였다"며 "한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인이었지만 경제에 대한 신념이 국민의 열망과 맞아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자신과 이 후보의 차별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후보는 CEO 출신이다. CEO는 이윤 추구에 장애가 되는 것을 제거하는 게 역할이다. 지난해 예산심의 때 한나라당은 장애인 예산 6000억원을 삭감했다. 생산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CEO 눈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이 후보가 장부상 적자라며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짧은 식견이다."

정 후보는 정부 조직 비대화 문제와 관련, "대통령 직속위원회가 47개나 되다 보니 장관이 독자적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기능이 왜소화됐다. 집권하면 위원회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차남 입대한 해병 2사단 방문=정 후보는 이어 김포 해병대 2사단 청룡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식사를 함께하고 족구 시합도 하며 군심(軍心) 끌어안기에 나섰다. 최근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반대와 관련한 자신의 '용병' 발언 때문에 군 내부에 도는 싸늘한 기류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 후보는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말도 있듯이 한반도가 전환기를 맞은 이럴 때일수록 든든한 안전판이 중요하다"며 "군의 막강한 전력 유지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 후보가 방문한 해병대 2사단은 지난해 그의 차남이 입대한 부대이기도 하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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