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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대우증권-증권업계 '사관생도' 뽑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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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올 7월 입사한 새내기들이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 2층 객장에 모였다. 왼쪽부터 장형종, 노승은, 황성희, 윤한나, 김태곤, 박세준씨. 최승식 기자

대우증권은 40년 가까이 국내 업계 선두권을 지키는 증권회사다. 1970년 동양증권으로 출발해 83년 대우증권으로 개명한 뒤 삼보증권을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99년 외환위기로 경영이 악화돼 은행단 관리를 거쳐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속 창사 이래 최대의 순이익을 내며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고 있다. 시가총액에서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과 업계 1위를 다툰다. 특히 고객의 주문을 받아 주식을 사고파는 위탁매매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인다. 5월 김성태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베트남·인도네시아·브라질 진출 계획을 내놓았다. 이달 들어서는 중국 1위 증권사 인허(銀河)증권과 포괄적 업무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해 위탁매매뿐만 아니라 자기자본투자(PI)·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같은 투자은행(IB) 업무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체계적 교육시스템이 강점=대우증권을 흔히 ‘증권업계의 사관학교’라 한다.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직원을 교육해 “대우증권 출신은 얼굴도 보지 않고 뽑는다”는 말을 들었었다. 우선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 취득 지원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교육비와 응시료를 지원하고 합격하면 격려금도 준다.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있다. 진급을 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가령 대리 진급을 위해서는 증권투자상담사·선물거래상담사·자산관리사(FP) 자격증을 따야 한다.

회사 연수원의 전문가 양성 과정도 있다. 주식영업 분야의 직원은 입사 1년 뒤부터 주식마스터도전코스(SMCC) 과정부터 시작해 역량별 맞춤식 교육을 받는다. IB 분야의 운용인력 양성 과정,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양성 과정이나 자산운용 분야의 금융컨설팅 과정 등 수준별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또 우수 인력에게는 해외 경영학 석사(MBA) 이수를 적극 장려한다. 영국·중국 명문 대학과 제휴해 ‘글로벌 MBA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런 코스를 밟다 보면 자연스레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충분한 교육 기회를 주기 때문에 당장 얄팍한 지식을 갖춘 사람보다 패기와 인내력을 갖춘 품성의 인재를 찾는다”고 말했다.

◆세일즈 역량 평가 등 압박 면접=대우증권은 소매영업·리서치·기업금융·파생상품·국제영업·정보기술(IT) 여섯 부문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 지원자는 1, 2, 3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취급하는 기업금융과 국제영업은 관련 분야 지식 외에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 파생상품은 수학과 금융공학 전공자가 유리하다. 경기도 과천의 대우증권IT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는 IT 분야는 전산 관련 전문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

채용은 서류전형→직무평가(1차 면접)→인성·적성검사→다면평가(2차 면접)→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채용설명회 뒤풀이부터 2차 면접까지의 모든 과정이 총체적 면접이라는 게 인사 담당자의 귀띔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상대로 회사 실무진이 1차 면접을 한다. 증권 관련 기초지식과 자기소개서에 관한 질문이 주가 된다. 온라인 인성·적성검사를 마치면 집단토론 평가와 세일즈 역량 평가로 이어지는 다면 평가를 받는다. 기부금 입학제, 대부업체 광고에 연예인이 출연하는 문제 등을 제시하고 임의로 찬성·반대 그룹으로 나눠 논쟁을 붙인 뒤 논리 전개 과정을 본다.

세일즈 역량 평가는 지원자 두 명씩 조를 이뤄 면접관에게 판매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팥빙수와 과일빙수 같은 경쟁 상품을 주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이 쉽지 않다. 한 신입사원은 “경쟁사인 삼성증권 주식을 팔아 보라고 해서 난감했다”고 했다.

[Q&A] 상·하반기 100명씩 공채 소매영업 비중이 절반

-어떤 업무에서 얼마나 채용하나?

“부문별 채용 인원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소매영업 부문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큰 편이다. 최근에는 리서치·기업금융 등의 부문에서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하반기에 각각 100명 내외의 직원을 뽑는다.”

-연봉은 얼마나 되나?

“올 하반기 신입사원 기준 3700만원으로 증권업계 최고 수준이다. 직원 연봉 수준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며 인센티브를 합할 경우 1억원 이상인 직원도 드물지 않다. 연봉 외에도 학자금 보조, 주택자금 대출, 지방 근무 시 사택 제공 등 복리후생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편이다.”

-서류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나?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단계적으로 평가한다. 투자상담사 같은 증권 관련 자격증이나 공인회계사(CPA) 등의 유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서류전형에서 일단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열정과 가능성, 그리고 재능을 자기소개서에 설득력 있게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성은 채용에 불리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상반기 공채 합격자 95명 가운데 27명이 여성일 만큼 합격의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있다. 내부적으로 여직원들의 업무 기여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성 임원도 배출했다.”

-금융 관련 지식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한가?

“지원할 수 있다. 당장의 단편적 지식보다 지원자의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금융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공부한 지원자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입사 후 부서 이동은 잦은가?

“보통 2~3년 주기로 보직 순환이 이뤄진다. 본사와 지점 간의 이동은 물론 영업과 자산관리·국제업무 등 분야를 옮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근무하면서 자기 계발을 하고 회사에 원하는 분야를 알리면 회사는 적극적으로 희망 부서로 이동할 기회를 준다.”

[신입사원] "ROTC 근무하면서 증권 자격증 세 개 땄죠"

7월 대우증권에 입사한 박세준(31)씨는 장교로 군 생활을 하면서 차곡차곡 취업을 준비했다. 1997년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군(ROTC)에 지원했다. 2001년부터 6년4개월 동안 육군 8사단 오뚜기부대 등에서 소대장과 사단 참모로 근무하면서 투자상담사, 증권자산관리사(FP), 개인종합재무상담사(AFPK) 등 증권 관련 자격증만 셋을 취득했다.

그는 “야근과 훈련이 많은 초급 장교로서 공부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주말과 휴가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 1월 투자상담사 시험은 혹한기 훈련과 겹쳐 행군에서 돌아오자마자 시험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훈련 도중 천막에서 플래시 불빛으로 책을 보기도 하고, 교재 핵심 내용을 요약해 놨다가 행군 도중 틈틈이 꺼내 보는 등 어려운 여건을 딛고 거뜬히 합격했다.

그는 “막연히 한 업종을 정하고 여기저기 원서를 내는 것보다 가고 싶은 회사를 콕 찍어서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대우증권 인사 담당자에게 자주 전화를 거는 등 채용 관련 정보를 모아 대비한 끝에 좁은 취업 문을 뚫었다.

그는 “한국의 월가라는 서울 여의도에서 중·고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증권맨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역동적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투자은행(IB) 업무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뛰어보겠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그는 “증권사 하면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떠올리기 쉽지만 다루는 영역이 넓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입사 후에는 한 달간 교육을 받은 뒤 본사 영업추진부에서 일하고 있다. 지점 영업을 지원하고 시장 조사를 통해 중장기 전략을 짜는 부서라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편이다.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업무를 익히고 직원들이 퇴근한 뒤에도 멘토(후견인) 역할을 하는 선배의 조언을 듣다 보면 이틀에 한 번꼴로 퇴근시간이 오후 9시를 넘기곤 한다.

그는 “증권 사관학교라는 대우증권의 명성에 비춰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다소 딱딱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와 보니 선후배가 한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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