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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난관리청, 산불 기자회견 조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당시 늑장대응으로 비난받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재난청)이 최근 기자회견 조작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재난청이 23일 기자들 대신 직원들을 앉혀 놓고 국토안보부 장관과 재난청장의 화재 현장 방문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26일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자를 가장해 회견장에 참석한 재난청 직원은 하비 존슨 부청장에게 "지금까지의 산불 대응에 만족하느냐" "카트리나 대응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는 등 비교적 우호적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존슨 부청장은 이에 "지금까지의 대응에 매우 만족한다"고 대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일부 TV 방송국은 이 장면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재난청은 회견 15분 전에야 부랴부랴 기자들에게 회견 계획을 통보, 일부 카메라 기자를 제외하고 취재기자들은 아무도 회견에 참석할 수 없었다. 회견장에 나오지 못한 기자들은 내용을 청취할 수 있는 전화 서비스를 제공받았지만 이는 수신 전용이기 때문에 질문을 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P 보도가 나가자 재난청은 즉각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존슨 부청장은 성명에서 "기자들에게 가능하면 빨리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 했으나 잘못된 판단으로 일을 그르쳤다"며 "앞으로는 솔직하고 투명하게 언론 관련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국토안보부는 이를 '간과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라 키너 국토안보부장관실 대변인은 "변명의 여지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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