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출마 기류 살피러 … 함덕회 찾아간 이상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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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에 이명박 후보 측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들은 28일 "두 달쯤 전 이 전 총재 주변의 이상 기류를 감지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선 직후인 8월 28일 예정된 이명박-이회창 회동이 이 전 총재의 '배탈'때문에 무산될 때부터 그런 기류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당시 측근들이 이 후보에게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지만 이 후보는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을 유포하는 것은 그 분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보고하는 측근을 나무랐다는 게 이 후보 측의 주장이다.

이 후보 측에선 "이 전 총재의 출마 결심은 박근혜 전 대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많다.

이회창 전 총재와 이념(보수).지역(대구-경북) 기반이 겹치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움직임에 호응할지가 최대 변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질문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출마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지냈던 정인봉 전 의원은 25일 이 전 총재의 서빙고동 자택을 방문했다. 정 전 의원은 한나라당 경선 때 이 후보의 1996년 선거법 위반 문제를 처음 제기해 네거티브전의 불을 댕겼던 당사자다.

정 전 의원이 "이 후보의 지지율이 갑자기 빠지면 (대선은)좌파 후보끼리 싸우는 판이 될 수 있다. 좌파로부터 정권을 가져오는 의미에서 (출마를)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이 총재는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이 전 총재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내가 고민해 볼게"라고 말했다고 정 전 의원은 전했다. <중앙선데이 10월 28일자 3면>

이 전 총재는 이번주 예정된 두 차례의 행사 축사를 취소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공개 행보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24일엔 이 전 총재 측근들의 모임인 '함덕회'의 만찬 행사가 있었다.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도 참석했다.

함덕회는 양정규.신경식.정창화.목요상.김종하.유흥수.윤영탁 전 의원 등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선대위'의 핵심 10여 명이 대선 패배 뒤 결성한 친목 모임이다. 이 부의장은 원래 멤버가 아니지만 이 전 총재 측의 기류를 탐색하기 위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용산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모임의 최대 화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었다. 한 참석자는 "'이 전 총재의 성격으로 볼 때 출마할 분이 아니다. 주변에서 괜히 부추기는 사람들 때문에 출마설이 증폭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를 돕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 부의장은 "정권교체를 앞두고 보수 진영의 분열이 바람직스럽지 않은 만큼 이 전 총재와 가까운 함덕회 회원들이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와 이 후보 측의 눈치를 함께 살펴야 하는 함덕회 내부는 혼란스럽다. 함덕회 회원으로 경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원했던 한 인사는 "지금은 이 후보를 돕고 있지만, 이 전 총재가 정말로 출마할 경우 누구 편에 서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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