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왜 잘안되나-朴대표 서울시장후보 보장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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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람이 있어야지…』민주당 李基澤대표는 31일 아침 북아현동자택에서 말꼬리를 흐렸다.
정기국회 전에 야권통합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받고나서다.李대표가 말한「사람」은 바로 金東吉신민당대표.그가 돌연 사표를 내고 잠적해 대화상대가 사라진 것을 답답해 하는 말이다. 비슷한 시간 통합의 또다른 당사자인 신민당.
李대표의 탄식대로 통합야당의 공동대표를 맡기로 양측간에 합의된 金대표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또다른 통합의 주역인 朴燦鍾공동대표도 이날 한발 뺐다.『신민당의 체제정비를 마친후 통합논의가 공식화돼야 한다』고 통합논의를 일단 장기화한 그는 李基澤대표의「정기국회전 통합선언」주장에 대해서는『무슨 얘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통합실무협상대표인 朴珪植의원도『민주당 孫世一의원과 합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두개의 장면은 지금 민주.신민 양당이 추진하는 통합작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물론 그동안 야권통합 논의는 상당한 진척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양측은 黨名과 지도체제,지분등 가장 큰 통합조건들에 대해 사실상 의견조정을 마쳤다.▲「민주당」을 당명으로 하고▲李基澤.金東吉공동대표로 하며▲민주당:신민당:새한국당:재야및 영입인사의 지분비율을 6.5대2.5대 0.5대 0.5로 하되 민주당의 양보 가능성을 남겨놓기로 한 것등이 그 내용이다.
서울시장 후보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민주당이 신민당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상태다.朴燦鍾신민당공동대표를 서울시장후보로 적어도 李대표는 수용할 생각임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또한 李鍾贊새한국당대표 역시 적극적으로 야권통합에 참여 하고 있다.
양측 모두 통합해야만 할 사정도 있다.李基澤대표는 통합으로 당내 주도권을 잡고 야권의 대표자격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신민당은 무소속의원의 民自黨입당 이후 사실상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꿈이 무너진데다 金東吉.朴燦鍾공동대표 가 楊淳稙최고위원등 비주류의 거센 도전에 당권을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 상태여서 뭔가 타개책이 필요해진 형편이다.
하지만 이같은 필요성들이 통합의 어려움을 크게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우선은 상호신뢰의 부족이다.
민주당은 통합에 적극적인 측조차 공동대표제를 비롯한 지도체제.지분.주요당직등을 한시적인 것으로 보는 인상이다.통합전당대회에서 모든 것이 바꿔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마치 민자당의 통합당시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민자당은 盧泰愚. 金泳三.金鍾泌 세 최고위원의 수평체제로 출범해 통합전당대회에서 盧泰愚총재.金泳三대표.金鍾泌최고위원의 수직관계로 전환했다.그래서 金東吉대표는 공동대표 임기 2년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枯死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은 朴燦鍾대표에게도 있는 것 같다.경선으로 결정되는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대의원들이 다른 민주당인사에게 주어버리면 항변할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朴대표도 그래서 李대표의 언질차원 이상의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내 비주류등 통합논의에서 소외된 인사들의 반발도 크다.31일 민주당의 당무위원간담회에서 사전논의가 없었고 잠정합의된 지도체제 협의과정등에 대한 많은 이의제기가 있었다.이와 함께 신민당 金東吉대표는 각서 파동에도 시달리고 있다 .楊淳稙최고위원은「대권후보 金東吉-당권 楊淳稙」내용의 각서를 당내에서 공개했다.
결국 이번의 야권통합 논의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관측이며 통합이 성사되기까지는 산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가 정확할 것이다.
〈金敎俊.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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