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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모든 걸 바꾸는 '요미우리의 神'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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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12면

자이언츠 구단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가운데)이 3월 7일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재계의 응원 모임 `산산카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이 하라 감독.

지난 5일 오전 도쿄 오테마치(大手町)에 있는 요미우리(讀賣)신문사. 사흘 전 5년 만의 센트럴 리그 우승을 이뤄낸 하라 다쓰노리(49) 감독이 긴장된 얼굴로 들어섰다. 하라 감독이 향한 곳은 와타나베 쓰네오 구단 회장실.

와타나베 쓰네오 구단 회장

정식으로 우승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매년 요미우리 감독은 시즌 결과를 구단 회장인 와타나베에게 하는 게 관례다. 이날 두 시간에 걸친 보고회에서 와타나베 회장은 다카하시의 1번 기용, 선발에서 마무리투수로 전환한 우에하라의 활약을 극찬하며 시종 껄껄 웃었다고 한다.

내년 시즌에는 좀 더 확실한 외국인 용병을 찾아보라는 지시도 있었다. 보고를 마치고 나온 하라 감독은 “회장님이 기뻐해 주셨습니다. 또 칭찬도 해주셨습니다”며 활짝 웃었다. 와타나베 회장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미우리신문 그룹의 회장 겸 주필인 와타나베는 자이언츠에 있어 말 그대로 ‘신’과 같은 존재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말 한마디는 자이언츠의 방침이자 노선이다.

와타나베가 자이언츠의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요미우리 신문사 부사장 시절인 1989년. 구단 내에 설치된 ‘최고경영회의’의 멤버가 되면서다. 당시 멤버는 명예회장, 사장, 자이언츠 구단 오너와 와타나베를 합한 4명이었다. 그는 92년부터 점차 발언의 강도를 높여가며 야구계에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그리고 쇼리키 구단오너를 ‘명예오너’로 추대하는 형태로 자이언츠 ‘거인군’ 오너로 취임했다. “난 야구는 해본 적도, 흥미도 없었다”고 공언하면서도 발군의 학습능력으로 다른 구단의 오너를 압도했다. 물론 이는 자이언츠의 인기, 자금, 요미우리신문과 일본TV 네트워크라고 하는 거대 미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와타나베 회장의 불도저와 같은 리더십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데는 모든 이가 동의한다.

일본 프로야구의 선수선발 시스템은 현재 대학, 실업선수의 경우 자기가 가고 싶은 구단을 지명할 수 있다. 이른바 ‘역지명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일정기간을 지난 선수의 이적계약을 자유롭게 하는 프리 에이전트(FA)제도도 도입됐다. 한마디로 자금력이 풍부한 구단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력의 균형’에 입각한 미국 메이저리그의 선발방식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 제도의 도입을 주도한 것이 바로 와타나베 회장이다. 당시 와타나베 회장은 프로야구 구단오너 회의 석상에서 반대의견을 내는 오너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그렇게 반대를 한다면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탈퇴해 새로운 리그를 결성하겠다.” 이 한마디에 다른 구단 오너들은 반대의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요미우리가 빠진 리그란 그야말로 팥 빠진 호빵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 도입 후 자이언츠는 퍼시픽 리그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구단에서 거액의 몸값을 제시하며 우수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또 2004년 IT기업인 라이브도어가 퍼시픽 리그의 긴테쓰 버펄로스의 인수에 나서려 하자 와타나베 회장은 “돈만 있다고 되는 줄 아나. 프로야구는 그게 아니야. 내가 모르는 사람(라이브도어의 호리에 사장)은 안 돼”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결국 라이브도어는 프로야구 구단 인수에 실패했다.

그는 또 늘 요미우리신문, 니혼TV와의 연계를 고려한 구단 운영을 생각한다. 자이언츠를 강하게 만들어 인기를 높이면 요미우리 신문의 판매부수를 늘릴 수 있고, 니혼TV의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2002년 7월에는 원정경기 때 입는 유니폼의 가슴 부분 문자를 ‘TOKYO’에서 ‘YOMIURI’로 바꿨다.

하지만 와타나베 회장은 직선적이고 독단적인 성격 때문에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예컨대 2004년 프로야구 구단 수 축소 문제로 프로야구 선수회와 대립하고 있을 때 선수회장의 면담 요청에 “무례한 걸 이야기하면 안 돼. 자신의 입장(분수)을 잘 알아야지. 일개 선수가”라고 일축,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요미우리 구독중지 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요미우리신문의 구독부수가 순증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와타나베 회장이 맞불을 놓으며 대대적인 판매확장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와타나베의 힘’이 다시 입증된 것이다.
그는 2004년 스카우트 파동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자이언츠 구단오너에서 물러났지만 바로 다음 해 ‘거인군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복귀했다. 현재 구단오너는 다키하나 다쿠오 요미우리 도쿄본사 회장이지만 사실상 섭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자시절부터 정치권과 밀착해 사실상 일본의 정치를 쥐었다 놨다 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의 취미는 독서, 클래식 음악 감상, 햄스터 기르기다. 『나의 사망기사』(일본의 저명인사가 각각 ‘자신의 사망’을 상정해 쓴 글을 모은 책)란 책에서 “자이언츠가 2000년부터 2019년에 걸쳐 20연패를 하며 , 2018년 나가시마가 세계 최고령 프로야구 감독으로 복귀해 ‘노벨 스포츠상’을 수상하는 것이 죽기 전 받고 싶은 최대의 이별선물”이라고 적고 있다. 이미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 됐고 노벨 스포츠상이란 게 있지도 않지만 그의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다. 대단한 애처가로, 요즘도 집을 나설 때 부인에게 하는 키스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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