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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정원 500명 늘렸지만 이젠 몫 나누기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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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교육부총리가 26일 국회 교육위에서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하겠다는 보고를 한 뒤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6일 "2009학년도부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총정원을 2000명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는 "총입학정원에 대한 국회.대학.시민단체의 확대 요구를 반영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가 17일 로스쿨 정원을 1500명에서 시작해 2013년까지 20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가 국회가 재보고를 요청하자 정부안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권철현 국회 교육위원장이 "국회와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교육부 장관이 최종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30일 로스쿨 설치 인가 기준을 공고하고, 다음달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로스쿨을 준비 중인 전국 43개 대학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 소재 일부 사립대는 "정원을 3000명 이상으로 늘려라"며 반발했다. 반면 2000명을 주장하던 일부 지방 국립대는 "일단 수용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적인 '로스쿨 보이콧' 동맹이 깨지자 일부 사립대는 보이콧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20~25곳 선정 가능성=김 부총리는 "현 정권에서 정원 추가 조정은 없다"며 "정원 조정 논의는 최소 3년간 로스쿨 운영실태를 지켜본 뒤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로스쿨의 입학정원 상한선은 법령에 150명으로 정해져 있다. 최소 입학정원은 현재 50명으로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는 모든 인가 대학에 150명을 주면 13.3곳, 50명이면 40곳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로스쿨 인가를 담당하는 법학교육위원회는 "'미니 로스쿨'은 운영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별 정원을 150명, 120명, 100명, 80명, 50명 등 5등급으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현재 로스쿨을 준비 중인 대학은 43곳이다. 인가 대학의 개별 정원 평균이 100명이면 20곳, 80명이면 25곳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총정원이 1500명일 때는 15~16곳이 유력했지만, 500명이 늘어나 10곳 이상이 더 선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43곳 중 절반은 탈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역 균형 갈등=노무현 대통령까지 거든 '지역 균형 배분'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나눠 먹기 식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A대학 총장은 "정부가 사법시험 합격자와 시설 등 객관적인 잣대 대신 대선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인 흥정으로 로스쿨을 망치려 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지방 국립대 B총장은 "최소 50명이라도 받아야 지역 대학이 산다"고 주장했다.

법학교육위원회는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을 5, 6개 권역으로 나눠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개 대학을 선정하면 수도권과 지방을 반반 정도 배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대들은 '1도(道) 1국립대, 1사립대'를 주장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역 분배 방안은 법학교육위원회에서 막바지 의견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너진 '보이콧' 동맹=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장재옥(중앙대 법대 학장) 회장은 "총정원이 500명 늘었지만 교육부 안을 받아들일 수 없고, 보이콧 입장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경희대 이상정 법대 학장도 "겨우 500명을 늘려 '무늬만 로스쿨'을 도입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시 합격자 수가 상위권인 일부 대학 법대 교수는 "학교마다 입장이 다른데 무조건 보이콧할 수 없다"며 "다음달 신청 접수가 시작되면 대학 차원에서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대 최현섭 총장은 "2000명이 충분한 숫자는 아니지만 일단 로스쿨 일정에 맞춰 추진하고 추후에 증원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영유.배노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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