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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감각.개성 존중 첨단소재 관심-하이텔 드라마평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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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현재 드라마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MBC-TV의 『서울의 달』.그러나 『서울의 달』이야기는 하이텔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하루에 1백건이 넘는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이곳은 온통 KBS-2TV『느낌』과 MBC-TV『M』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그밖에 MBC-TV『사춘기』『종합병원』,SBS-TV『영웅일기』등이 간혹 눈에 띄는 정도.신세대의 확연한 취향을 감지할수 있는 셈이다.
『느낌』이나 『M』의 팬들은 서로를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서로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내용들은『○○이 △△보다 재미있다』는 식이다.프로그램이 왜 좋은지,또 다른 프로그램이 왜 나쁜지 구체적 이유는 없다.단지『잘 만들었다』『그게 뭐냐』등 TV를 볼때 순간적으로 와 닿은 「느낌」들을 표현할 뿐이다.
『누가 유리(우희진)의 친오빠인지 궁금하다』『유리는 과연 누구와 짝이 될까』등의 반응에서 나타나듯『느낌』은 호기심으로 젊은이를 TV앞에 끌어 앉히고 있다.반면『M』의 장점은 분장등의특수효과와 상상밖의 이야기 전개.이는 『M은 앞 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없다』는 칭찬이나 『MBC는 방송 발전을 위해 특수효과 기술을 KBS에 가르쳐 줘라』는 강력한 성토(?)로 표출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탤런트들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우희진 때문에 본다』『손지창.김민종같은 오빠들이 있으면 좋겠다』(『느낌』)『아니,다슬이가 그렇게 확 변해버릴줄은….역시 심은하다』(『M』)등등 의 평이 이같은 사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느낌』과 『M』이 항상 좋은 평만 받는 것은 아니다. 회사원 金모씨는 『느낌』에 대해『역겨운 느낌을 준다.화면은상류사회의 모습으로 가득차 있다.서민들은 위화감을 느낀다.KBS는 정말 공영방송인가』라는 분노를 표시했다.『M』의 경우『심은하의 노출이 심해 동생과 함께 보기 민망하다』『 동성애를 다룬 것 아니냐』는 등 풍기와 관련된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기억분자가 그렇게 쉽게 옮겨진다면 원숭이골요리를 먹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M』의 과학적 근거를 재치있게 건드리기도 했다.
○…이 드라마들에 대한 신세대의 관심은 「옥의 티를 찾아라」에서도 나타나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아야 발견할 수 있는 실수들이 여지없이 지적됐다.『우희진의 짧은 머리는 가발이다.옆으로 돌아설때 보니 긴 머리를 가발안에 말아넣어 뒷머리가 불룩하더라』『이정재가 합숙훈련을 할 때 최신가요 「일과 이분의 일」이 흘러 나왔는데 그로부터 4년후 테이프장사를 할 때도 같은 노래가 나오더라』『「M」의 이창훈은 극중에서 8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나이키 에어조던 을 신고 다니더라』등등.
『느낌』과『M』은 표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프랑스라는 무대,여자와 두형제간 갈등,그리고 빈과 준이라는 이름까지도 등장하는『그대의 연인』이라는 만화와 『느낌』이 똑 같다는 것.또한『M』은 『토탈 리콜』『엑소시스트』등 여러 외국영화 를 짜깁기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종합병원』과 26일의 『사춘기』는 극찬을 받았다.『가슴이 저미어 온다.특히 마지막 삽입곡은 너무너무좋았다』(『종합병원』),『내용이 소제목「간이역」과 잘 어울린다.내 삶에 있어 간이역처럼 스쳐가며 만났던 사람 들이 하나 둘떠오른다』(『사춘기』).
『병원 접수대를 보니「종합병원」과 「M」에 나오는 병원이 같은 장소로 여겨진다』고 놀라운 관찰력을 자랑하는 신세대도 있었다. 『컴퓨터를 소재로 한 것이 마음에 든다.시대를 따라가는 드라마다』『기태하(이진우扮)의 성격이 묘한 매력을 던진다』는등『영웅일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영웅일기』의 평가자들은『DOS화면을 띄워놓고 UNIX라 하는등 컴퓨터 가 나오는 장면에 잘못이 많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하이텔을 통해 드러난 신세대의 TV취향을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은 당초부터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다.분명한 것은 다분히 감각과 개성을 존중하며 첨단소재에 관심을 쏟는 신세대일반의 성향이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그냥 재미있으니 까…』라는 거대한 신세대시청자의 「돌출」앞에 「작품성」을 가미해가는 일은 향후 방송의 어려운,그러나 필요한 과제로 남게될 듯하다.
〈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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