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후보론은 모략 … 문 후보 잘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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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대선을 보는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이름으로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핵심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 지지율을 높이라는 메시지였다. 그 근거는 정통성이었다.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대선 후보 중에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생각을 밝혀왔다"며 "대통령이 속했던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어졌고 그 당의 경선 결과를 존중하는 건 원칙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 연장선에서 노 대통령은 '창조한국당'(가칭)의 문국현 후보와 분명한 거리를 뒀다.

홍보수석실은 "현재 대통령의 처지가 문 후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거나 주문할 입장이 아니다"며 "어떤 입장을 가질 만큼 검증을 거친 분이 아니어서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해 잘 모른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노 대통령이 문 후보에 대해 이렇게 분명하게 언급한 건 처음이다. 한마디로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문 후보와 친노 세력 간 연대설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진보대연정론과 제3후보론에 대해서도 "오해의 수준을 넘는 모략"이라고 부정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후보 단일화에 대해 "국민 지지를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보고, 결국 밀린다든지 승부를 낼 수 없다든지 국민들로부터 (여권) 분열의 책임이 돌아온다든지 그럴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비한나라당 후보들 중 정 후보가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며 이명박 후보와 일대일 대결 구도를 굳힐 경우 범여권 후보 단일화라는 2라운드는 불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는 하다 하다 안 될 때 불가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미리 상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패배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택한 마지막 수순이었다는 점도 들었다.

노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 대선과 관련한 민감한 속마음을 공개했을까.

청와대 측은 "정치권의 억측이 자꾸 오해를 부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진화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 원칙의 문제를 들어 정 후보와 관계 개선을 미루는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권에선 독자 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거나 문 후보와의 연대설 등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이런 소문에 못질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정당 정치의 신봉자"라며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바깥 후보에게 눈길을 돌리는 건 정치 원칙상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편만 짠다고 승리하는 게 아니라 원칙과 가치가 있어야 승리하는 것"이라며 정 후보와의 완전한 화해에는 여전히 여운을 남겼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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