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경영난 열병-동해철강등 잇단 부도 원인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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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철강업계 특히 條鋼類(철근.형강등)업체들이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강원철강(龜尾).재욱공업(龜尾).한라철강(蔚山).동해철강(浦項)등이 판매여건 악화와 무리한 시설투자에 따른자금난 등으로 잇따라 부도를 냈다.
지난 24일 철근업체 동해철강의 부도와 관련,철강업체들과 浦項의 금융기관들은 부도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느라 한차례 소동을 벌였다.이 회사가 91년 설립 이후 건축경기 활황으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8백4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다 올 해는 1천5백억원의 매출을 계획했을 정도로 순탄한 성장이 예상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동해철강은 올해 선재공장(연산 30만t),전기로공장(연산60만t),철근공장(연산 40만t)등 7백억원대의 투자에 착수해 96년부터 종합철강메이커로 부상하려 했었다.
그러나 내막을 잘 아는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동해의 부도를 놓고『언젠가는 터질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부정확한 수급예측▲무절제한 설비 신.증설▲유통체제 미비등을 부도의 주요인으로 손꼽았다. 철강업체들은 철강협회.산업연구원등 국내 관련기관의 수급예측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집계한 통계를 기초로 생산.
판매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수급예측은 저마다 엇갈리는 등 부정확해 지난 7월20일 열렸던 철강공업발전 민간협의회에서도 수급전망을 둘러싸고설전이 오갈 정도였다.
당시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1년 철강재 수요와 공급은 각각5천2백41만t,4천1백70만t으로 1천71만t의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상공부는 공급부족이 1백49만t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철근의 경우 92년 중국특수 등으로 1백만t이 수출되면서 작년 국내에 철근파동이 발생해 올들어 중소업체들 사이에 설비신증설 열풍이 불었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각 철강업체들은 올해 생산은 증가한 반면 수요는 둔화되어 작년까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조달청에 대한 철근관납에매달릴 정도로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형강도 대기업들이 각각 연산 70만~1백만t의 신.증설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도사태는 현재는 연간매출 1천억원 미만의 중소업체들에게 국한되고 있지만 곧 조강류를 생산하는 대기업들로 확산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통체제의 미비도 철강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철강재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생산단계부터 미리 고객을 정해놓는 선진국의 철강업체와달리 국내 철강업체들은 대부분 제품을 생산한 후 고객을 찾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계도 생산과 판매를 분리해 계획생산이 가능한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상공부는 신증설을 추진중인 철강업체들의 투자계획을 집계하고 내달 철강공업발전 민간협의회를 열어 공급과잉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宋明錫기자〉 ◇도움말 주신분=▲金文治 철강협회 조사부장▲金主漢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연구실 실장▲吳世翊 철강협회 상무▲元鍾植 동국제강 영업1부장▲蔡慶錫 인천제철 전무(가나다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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