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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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공부를 잘하는 美國이민 한국인 2세가 명문 컬럼비아 醫大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일이 있다.
고등학교 성적이 최고였기에 충분히 입학할 것으로 낙관했지만 대학당국은『그가 성적은 뛰어나지만 남을 위해 헌혈한 경험도 없이 어떻게 의사가 되어 환자를 돌볼 수 있겠느냐』며 뜻밖에도 불합격 통지를 했다.
얼마 전에는 유명한 배우의 아들이 하버드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해서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국내 매스컴들이 그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과정에서 수석이 아니라는 새로운 소식이 또 다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결국 하버드대학에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영문을 모른 대학 당국은 개교 300여년만에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그 학교에 首席制度가 없다는 사실과 졸업제도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해프닝이있었다. 우리 교육은 그동안 성적 순위 올리기에만 골몰해 청소년들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줘왔다.성적 때문에 자살을 하는 일까지 있을 정도다.
외국에서 살다 들어온 학생들이 국내의 이런 분위기에 충격을 받고 다시 해외로 나가자고 부모를 졸라댄다니 그 심정을 이해할수 있을 것같다.
수면 부족과 운동부족으로 어깨가 축 늘어진 아이들을 보면 너무도 측은하고 이런 식의 절름발이 교육이 정말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한 준비랄 수 있는지 회의가 든다.
다행히 중.고등학교가 성적표에서 석차 기록을 없애겠다고 하고대학도 사회봉사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하겠다고 하니 晩時之歎의 감이 있으나 그만큼 기대가 크다.이런 작은 시도들이 정착되어 우리 교육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성적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우리 학부모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매스컴도 각종 시험의 수석합격자에게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말았으면 좋겠다.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까.
〈쌍용그룹 종합조정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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