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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장선우.배창호 세 중견감독파격 행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박철수(47).장선우(42).배창호(41)감독의 실험은 어떤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세명의 중견 감독들이 저마다 변신을 자청하며 새 작품을내놓았거나 예정이어서 깊은 관심을 사고 있다.특히 저마다 드라마트루기를 과감히 깨뜨리고 포르노그래픽이나 신세대 문화현상을 도입하는등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 들의 새모습을놓고 치열한 담론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주 개봉된 박철수감독의 『우리시대의 사랑』은 해체영화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는 애초의 계획이 무색하리만큼 관객들로부터 예상외의 관심을 얻고 있으나 영화 자체로는 미숙한 실험이란 것이 평자들의 분석이다.
『안개기둥』『접시꽃 당신』에서 꼼꼼한 심리연출과 주제의식을 지녔던 박감독은 『우리시대의 사랑』에서는 이야기 전개를 방해하고 주제를 의도적으로 감추며 파편화된 이미지만을 강조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성능력장애자인 연극연출가와 혈기방장 한 세명의 여대생을 등장시켜 인간사를 리비도(Libido)의 발현으로 풀이하려한 의도가 性愛신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자칫 한편의「멋부린」 에로영화로 비춰질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장선우감독의 추석개봉작이다.그의 영상언어의 장점들이 총동원된 작년의 『화엄경』이후 이번엔 「소프트포르노」란 간판을 걸고 우리시대 靈肉의 사랑을 그린다.
86년 『서울예수』이후 『성공시대』『경마장가는 길』등 다섯편의 주목받는 작품을 했으면서도 장감독은 일정한 연출벽을 고집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애써 이전작품과의 차별성을강조한다.
그가 채택한 방식 역시 박철수감독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적나라한 性의 묘사로 영화 안팎에서 모두 벽을 허물겠다는 설계다.
그의 장기인 리얼리티에 바탕한 시적 영상과 상징들도 버릴수 있다는 투다.세트촬영이 많고 단순한 영화공간을 이루 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열거한 두 작품이 성적 본성을 테마로 한 것이라면 배창호감독의 『젊은남자』는 신세대 풍속화다.80년대 『기쁜 우리 젊은 날』등 젊은이의 고뇌를 고전적 깊이로 형상화했던 배감독이고 보면 그 연장선에서 작업이 이뤄질 것 같지만,본인은 『완전 무에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지금껏 작품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것은 가장 우선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평론가 이효인씨는 『최근의 변화는 40대감독들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맥락에서 이해될수 있다』며 『어찌보면 자신의 연출세계를 지키며 한국적 영화흥행구조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으로 볼수 있다』고 설명한다.한국영화감독계에서 허리가 약하다고 지적되는 이마당에 세명의 중견 작품을 감상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하지만 기성의 명성에 의지해 변화라는 당의정을 입힌 태작들은 아닌지 관객들은 엄정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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