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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에 대권 잡은 인물은 모두 노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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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 선거 도전자 가운데 재수생, 삼수생이 허다하다. ‘청와대 입시’에 도전하는 후보 중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범여권 장외주자 문국현 후보가 ‘현역’에 속하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한 수 위인 ‘재수생’, 민주당 이인제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삼수생’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입시 터줏대감이다.

◇관록의 삼수=15년간 대권 고시 공부를 해온 삼수생은 이인제 후보와 권영길 후보. 권 후보는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1988년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을 맡으면서 노동운동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노동운동은 진보정당 건설의 한 축이 됐고 97년 ‘국민 승리 21’에서 대선 후보로 추대돼 대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2002년 민노당 대선 후보로 다시 한번 도전했지만 100만표에 약간 못미치는 95만 7148표(3.9%)를 얻어 3위에 머물렀다.

이인제 후보 역시 만만치 않은 공력(功力)을 과시한다. 이 후보는 1988년 4ㆍ26 총선에서 39세 젊은 나이로 안양갑구(현 안양만안)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그는 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당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뒤 탈당, 경선 불복의 전례를 남기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제15대 대통령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아 ‘대세론’을 구가했지만 당시 노무현 후보의 ‘노풍’에 힘없이 무너졌다.

◇투지의 재수=범여권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어게인(Again) 2002’의 역전신화를 노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이번이 대선 도전 두번째다. 정 후보는 국민참여라는 틀의 새로운 경선 역사가 쓰인 2002년 민주당 경선 때 대권 도전의 시동을 걸었다. 당시 그는 재선의원의 혈기로 ‘1승 15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지만 경선 패배 후 노무현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대선을 노리고 자세를 낮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국가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착실히 대권 수업을 받았고 이제 청와대를 향한 결선 레이스의 출발선에 서 있다.

◇혈기의 첫 도전=‘후레쉬맨’은 이명박ㆍ문국현 후보로 대선에는 처음 도전하는 새내기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직에는 재수로 들어갔지만 대통령직에는 단번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민자당에 있던 지인들의 권유로 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때 전국구 25번을 배정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96년 15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던 이 후보는 2002년 5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홍사덕 의원과 여당의 김민석 후보를 꺾으면서 대선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시청을 나와 여의도로 복귀한 이 후보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표와의 당내 경선에서 신승을 거둔 뒤 현재까지 지지율 1위를 꿰차고 있다.

또 한 명의 새내기 문국현 후보는 정치ㆍ행정 경력도 전무하다. 그러나 17일 조인스 풍향계 결과 8%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고 있다. “CEO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는 문 후보는 말 그대로 CEO경험이 풍부하다.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한국최고경영자 (CEO)포럼 부회장,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 사장,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이사장 등 화려하다. “기성 정치에 국민 실망했다. 행복을 주는 것이 정치력이다”고 말하는 문 후보는 가칭 ‘창조한국당’ 창당을 추진 중이다.

◇단번에 ‘용상’된 ‘노’가(家)=민주화 20년 역사 동안 단번에 ‘출마-당선’된 대통령은 모두 노가(盧家)라는 공통점이 있다. 87년 10월 이뤄진 9차 개헌을 통해 마련된 현행 헌법은 6ㆍ10 민주항쟁을 통해 분출된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는 국민의 강렬한 열망과 광범위한 반(反)독재투쟁에 밀려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에 의한 대통령 직선제를 만들어 냈다. 4번의 대선 과정에서 20여명이 넘는 후보가 청와대를 노렸으나 출마해 한 번만에 당선한 사람은 단 두 명. 노태우 전 대통령(13대)과 노무현 대통령(16대)이다. 제17대 대선이 열리는 12월 19일, 대한민국 최고의 전당에 입성하는 후보는 과연 새내기일지, 재수생일지, 삼수생일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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