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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3월에서 4월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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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도현(1961~) '3월에서 4월 사이' 전문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눈 덮인 2월에 3월을 생각한다. 3월에는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우리나라 천지사방에 봄이 온다. 꽃은 들판에도 피고, 강변에도 피고, 시멘트 보도블록과 육교의 계단 틈새에도 핀다. 하늘에도 피고 바람 속에서도 피고 음악과 구름과 된장찌개 속에서도 핀다. 지난 겨울의 삭풍과 눈보라를 견뎌낸 따뜻한 생의 이력들이여. 우리들 가슴의 가장 허름한 구석에도 향기 자욱한 봄꽃 한 송이 피어라.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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