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낙태반대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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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낙태반대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신부가 한 손에 10주된 실물크기의 태아의 모형을 들고,또 한 손에는 태아의 발모양을 한 배지를 들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려 있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는 10주만 되면 발가락은 물론이고 생명체로서의 신체조건을 다 갖춘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우리나라 국회에 상정중인 헌법개정안은 10주에서22주내의 태아의 경우 낙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10주 이내의 태아는 생명체가 아닌 것처럼 보는 이론은 아주과학적인 시각같이 보일지 모르지만,사실은 엄청난 비문명적.야만적 사고의 소산이다.
그리고 그 이론 저변에는 말할 것도 없이 생명경시사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 못할 것이다.
기형등 어떤 불가피한 경우에만 낙태를 혀용한다 하더라도 법의교묘한 악용이나 탈법의 소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약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시행되어 온 가족계획 사업도 그타당성과 성과에 비해서 허다한 부작용이 있었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태아낙태 문제에 둔감해지다 못해 무감각해져버렸으며 태아낙태 문제에서만은 윤리의식에 거의 구애받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의 보도를 보면,인간의 인위적인 조작으로 말미암아 남녀 性比의 부조화를 초래해 앞으로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할 우려를 낳게 한다.
우리들의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모르는 그같은 타성적 인식은 드디어 성직자들로 하여금 아직 뱃속에 있어야 할 생명체의 모형을들고 우리 앞으로 나와 시위를 하게까지 만들었다.
이번 천주교의 태아낙태반대운동을 잘 모르는 성직자들의 一面性몸짓쯤으로 돌리지 말고,우리 모두의 그릇된 인식을 점검하는 한계기가로 삼았으면 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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