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조속 건설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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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한은 장관급회담 합의도출을 위해 6일 새벽까지 밤샘 협의를 벌였다.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차기 회담 일정 등에는 합의를 이뤘으나 장성급 회담 개최를 포함한 일부 사안에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진통을 겪었다.

◇자정 넘기며 협상 급진전=지난달 설에 맞추려다 북측 사정으로 미뤄졌던 이산가족 상봉은 '3월 하순 금강산'으로 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북측은 대신 인도적 차원에서 쌀과 비료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북핵 문제는 북한이 2차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점을 감안해 남측이 다소 양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남측이 공을 들인 장성급 군사회담은 북측이 "군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버텼다. 남측은 이에 대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 등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대령급인 접촉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득했다.

아테네 올림픽(9월) 남북 공동 입장도 원칙적인 공감을 이뤘다. 북한이 이번 회담 내내 불만을 쏟아낸 금강산 관광 활성화와 개성공단의 조속한 건설에 대해서는 남북이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공동보도문에 표현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앙금 가라앉히지 못한 남북대표=협의가 심야까지 이어진 것은 전날 북측 김영성(내각 책임참사)단장이 경제협력 사업의 부진 책임을 한.미 양측에 떠넘기며 대남 비난을 퍼부은 후유증 때문이다.

이날 낮 두 시간 동안의 수석대표 단독접촉에서 정세현 대표(통일부 장관)와 북측 金단장은 상당한 설전을 벌였다. 丁대표는 "어제 평양방송에서는 '금강산 관광 중단'운운하는 보도를 내보냈는데 이런 일이 없게 하라"며 따졌다. 또 "미국 때문에 남북관계 진전이 안 됐다는데 근거가 뭐냐. 억지 부리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북측 金단장은 "우리 민족 제일주의에 입각한 민족공조를 실현하자"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루 전 양측 대표는 "5일 대보름달이 뜨기 전 합의하자"고 했지만 정작 밤 늦게서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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