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정확한 일기예보 돈.사람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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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04년 우리나라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제일 많은 기상기록을 내며 시민을「가마솥 더위」속에 몰아넣고 괴롭혔던 올 폭염도 계절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든지 23일 處暑를 앞두고 결국고개를 숙여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 친다.
장마의 실종으로 시작된 올 여름 이상기후는 7월의 사상최고 무더위와 태풍 월트로부터 프레드에 이르기까지 예년에 비해 많은태풍 내습으로 이어져 기상예보 책임을 진 기상청을 당황시키기에충분했다.
기상청은 올 여름 장기예보를 통해 폭염과 가뭄을 예측해내지 못했으며 장마예보에서도 기간이나 강우량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상청은「개구리 뛰듯」갈之字 걸음을 했던 태풍 월트의변형된 진로는 물론 잇따라 발생한 태풍 더그와 엘리의「후지와라효과」등 이들 태풍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나 강우량을 정확히예측하는 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잔인한 여름」을 보냈던 기상청 관계자들은 그래서 가뭄에 목탄 농민들로부터『왜 비가 내리지 않느냐』는 원망은 물론 태풍예보로 휴가계획을 취소한 시민으로부터는『상륙도 하지않은 태풍에 웬 호들갑이냐』는 비판을 들어야했다.
하지만 중.장기예보등 올여름 기상청의 誤報가 기상청 관계자들의 伏地不動이나 능력부족에 기인했던 것일까.
장기예보의 잘못을 인정하는데 인색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상청은 7,8월 두달가까이 가뭄.태풍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면서 2~3시간 간격으로 기상정보를 전하기에 바빴다.
결과론일수도 있지만 태풍발생을 예측할 수 없었던 브렌던이 7월31일부터 이틀간 28명의 사망.실종자를 낸데 비해 발생시기부터 진행경로가 추적됐던 A급 태풍 더그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한 기상청.내 무부등 재해대책 공무원들의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
기상예보는 관측자료와 통계의 분석에 근거한 것이어서 그 적중률은 결국 그나라의 과학기술 수준과 투자에 비례하게 마련이고 정확히 예측되고 분석된 기상은 더이상 異常기상에 머물지 않는다. 수자원관리체제의 보강과 기상과학 발전을 위한 인적.물적투자가 늦어지고 외면당하는 만큼 기상청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하고 국민들이 이상기상에 시달리는 기간은 늘어날수 밖에 없다는사실을 정부당국자는 이제 폭염을 떨쳐내면서 다시한 번 되새겨야할 것이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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