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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IT시장 새 소비세력으로 떠오른 '레이트 어답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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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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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으면…. 직장인 박준성(45·서울 부암동)씨는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니콘 DSLR 카메라 ‘D-80’을 70만원에 구입했다. 박씨는 “10개월 전만 해도 130만원은 줘야 살 수 있었던 제품”이라며 “꾹 참고 기다린 덕에 큰돈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은 레이트어답터(late adopter·후기 사용자)가 적잖다. MP3플레이어를 사용하는 30대, 게임을 즐기는 40대 연령층은 다기능 고가품보다 적정 사양의 실용적 제품을 더 좋아한다. 이들은 느긋하다. 각종 디지털 기기가 막 나올 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길게는 1년 이상도 기다린다. 디지털 기기의 기능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비슷한 종류의 신상품이 나오면 이미 나왔던 제품은 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삼성전자가 신형 휴대전화를 전국에 골고루 깔려면 대개 3개월이 걸린 다고 한다. 마케팅을 시작하고 6개월쯤 지나면 판매량이 꼭짓점에 달하는데 이때부터 가격이 떨어진다.

<표 참조>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50인치 PDP TV(모델명 MN-50PZ90V)의 경우 2004년 10월에는 680만원대이던 것이 현재는 45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그렇다고 레이트어답터가 짠돌이는 아니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물건을 사는 실용적인 소비자일 뿐이다. 물건을 사긴 사는데 그 구매 시기를 늦출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젠 업체들도 이들의 동향에 맞춰 제품 출시 전략을 짠다. LG전자 관계자는 “레이트어답터는 주요 구매 계층”이라며 “이들의 구미에 맞게 실용적 기능을 갖춘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내놓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트어답터들은 ‘같은 제품을 얼마나 더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나’에 늘 관심이 많다. 실제로 이들은 특정 디지털 기기의 가격이 언제쯤 하락할지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수시로 교환한다. 누군가 “LG 프라다폰 가격이 언제쯤 떨어질 것 같으냐”고 물으면 다른 네티즌이 나서 “처음 출시가격은 80만~9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55만~75만원 정도다. 프라다폰은 한정 판매물이라 내년 중순은 돼야 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또 레이트어답터는 늦게 사는 만큼 결함이 있는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작다. 얼리어답터들이 흔히 겪는 신제품의 버그나 오류가 풀린 다음에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나리·장정훈 기자

◆얼리 어답터와 레이트 어답터=얼리어답터(early adopter)란 전문가 못지않게 신기술에 대한 식견을 갖춘 적극적인 소비자를 말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산다. 레이트어답터(late adopter)는 주로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직장인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또래보다 디지털 기기도 잘 활용한다. 이들은 특히 제품의 실용성과 간편함, 합리적 가격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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