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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그곳에선] "용적률 높이는 게 낫다" 이명박 후보 한마디에 추석 후 호가 3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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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대체로 잠잠한 가운데 개포 주공아파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개포 주공과 함께 강남권 재건축 ‘빅3’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해 가을에 비해 평균 1억원 이상 호가가 내려갔다.

그러나 개포 주공 내 시세 흐름을 주도하는 1단지 49㎡형(15평형·1795가구)은 현 최저 시세가 9억8000만원 선으로 4월 말 실거래가(8억2000만원)보다 20%가량 뛰었다. 지난해 최고 거래가는 9억5500만원(11월).

개포 주공의 경우 추석을 전후해 일부 저가 매물이 소화되면서 남아 있는 매물의 호가가 최근 한 달 새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이른바 ‘이명박 효과’로 일부 매수세가 움직였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9월 “서울 도심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 몇 개 짓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 게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연결됐다. 또 개포 주공 용적률과 관련, 강남구청이 5월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용적률 상향 조정안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란 소문도 매수세를 자극했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외국계 대부기관을 통해 연 10%대로 대출받으면서까지 매수 대열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금은 다소 소강 상태다. 용적률과 관련한 용역 결과 발표가 애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게 일단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9월 말께면 기초 안이 마련돼 주민공람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정이 늦어져 내년 3월께나 용역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부동산 채은희 사장은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대기 수요자들은 낮은 가격대의 매물을 원하고 있어 거래가 뜸해졌다”고 전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대선 바람을 타고 계속 오름세를 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개포동명공인 이형관 사장은 “대선 기대감에 매물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반면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을 끝낸 아파트의 시세를 고려해 투자 손익을 계산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하락폭이 큰 일반 아파트 급매물을 사는 게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 도곡동 D부동산 관계자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획기적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철저히 따져본 뒤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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