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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화화 영상미 제대로 못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최근 인기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으나 원작의 재미나 특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뿐더러 소설무게나 줄거리 전개에 눌려 영화특유의 영상화가 미흡한 경우가 적잖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性에 대한 인간의 무의식적 내면을 임포텐츠환자인 연극연출가와3명의 여성을 통해 묘사한 조성기의 소설을 화면에 옮긴 박철수감독의 『우리시대의 사랑』은 소설의 영상화가 얼마나 힘든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원작에 담긴 난해한 이미지와 무수한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보려 애를 썼지만 아무리 봐도 소설의 얘기를 빌린 복잡한 애로영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소설의 이지적인 면을 영화에 그대로 강조하려는 나머지 주인공이 연출하는 것으로 된 현란한 연극장면과 정사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삽입됐다.이는 이 영화를 애로.철학.사회 어디에도 초점을 둘수없는 모호한 성격으로 만든 요인으로 지적된다.피곤하고 난삽한 눈요기만 늘렸을 뿐 영상이 거친 것도 소설의 복잡한 이야기구조에 말려 영화고유의 영상미학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으로 평가된다.
어려서부터 영화에 빠져 묘한 삶을 사는 사람을 그린 안정효 소설을 영화화한 정지영감독의 『할리우드키드의 생애』는 원작을 상당부분 손질했다.그래도 내용전개에 필요한 에피소드를 따라가느라 영화특유의 언어를 펼치는게 여의치 않았다는 평 가를 받고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 원작속 50~60년 시대상을 재현하고 방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나간 감독의 능력과 노력은 돋보인다.하지만 그런 점때문에 영화특성인 영상미가 맘껏 발휘되지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감독은 미리부터 『원작내용을 영화의 한 소재로 삼았을 뿐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그런 감독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소설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정조시대 지배층의 유교이념에 대한 철학적 이견과 정치갈등을 그린 이인화의 인기소설 『영원한 제국』도 현재 박종원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시나리오를 본 전문가들은 『유교문화세계를 현학적으로 설명하면서 추리적 기법이 돋보인 원작소설의 읽는 재미에 버금가는 보는 재미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치밀한 영상구성보다 단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전달과 설명조 대사의 나열에만 그치고 있다는 평이다.이 소설이 대중들을 열광시킨 미스터리적 성격.현학적 요소를 화면으로 제대로 살려낼 수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대신 각본무게를 가볍게 하고 영상으로 승부를 건 김홍준감독의『장미빛 인생』은 전문가들로부터 작가정신에 충실한 가능성 높은영상이미지감독의 탄생이라는 평을 듣고있어 대조적이다.스토리나 메시지전달보다 독특한 영상미학창출에 중점을 뒀 다는 것인데 신세대 관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훌륭한 소설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하지만 영화에서 소설이야기를 듣기보다 영화나름의 멋진 화면을 보고 싶어하는관객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춘 영화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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