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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해커 세계를 무대로 날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세계 최대의 컴퓨터통신망「인터네트」가 최근 한국통신에 의해 국내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따라서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도 전세계의 정보들을 샅샅이 볼 수 있고 우리나라의 각종 정보도 세계각국에 제공된다.그러나 최근들어 컴퓨터 해커들이 세계 각국의 컴퓨터시스템에 침입,기밀정보들을 훔치거나 파괴하려는 시도가 속속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특히 우리나라는 컴퓨터 해커에 대한 보안장치가 거의 없어 국제적인 컴퓨터범죄 집단에 무방비 상태다. 컴퓨터 해커라는 말은 원래 컴퓨터에 강한 흥미를 갖고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로 최근에는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도용,각종 정보시스템에 침입해 정보를 유출하거나 손상시키는행위를 하는 사람을 일컫고 있다.
미국의 한 유력지는 최근 美국방부 컴퓨터에 컴퓨터 해커의 침입 흔적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침입당한 컴퓨터시스템은 탄도무기연구,항공기 및 함정의 설계 등으로 美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침입이 국방부 컴퓨터의 상당부분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지난 2월에는 전세계 인터네트 이용자들에게 비밀번호를 즉시 바꾸라는 강력한 경고문이 전자서신으로 전해졌다.이용자의 비밀번호 수천개가 컴퓨터해커들에게 넘어가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美정보기관에 의해 발견됐기 때문이다.컴퓨터 망이 이제 전세계적으로 연결되면서 컴퓨터 해커는 전세계를 무대로 날뛰고 있다. 지난 89년 西獨의 컴퓨터해커들이 서방의 군사기밀정보를소련의 KGB에 넘긴 사건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내에서도컴퓨터 해커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지난 92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컴퓨터 범죄는 금융기관의 내부자 대출사 건등 단순한 컴퓨터 조작이거나 PC통신망에서 남의 비밀번호를 이용,욕설.비방등을 하는 단순한 소동차원의 사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2월 한 재수생에 의한「청와대 비밀번호 도용사건」이 발생하면서 컴퓨터 해커는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됐다. 이 사건은 한 재수생이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에서 사용중인 통신망 비밀번호를 알아내 국가기관과 기업체들의 정보자료를 요청한 것이었다.뒤늦게 청와대에 확인돼 범죄 자체는 미수에 그쳤지만 정부는 물론 온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컴퓨터 해커들은 남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시스템에 쉽게 침입하는 수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따라서 사용자명(ID)과 비밀번호(Password)를 잘 관리하는 것이 컴퓨터 해커에 대한 최선의 예방책이다.
한국통신 金榮在부장(국제통신본부)은『아무리 보안시스템이 철저해도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노출시키는 것은 집안의 열쇠를 도둑에게 건네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따라서 비밀번호는 수시로 바꿔주고 의심나는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은 일단 사용하 지 말아야 한다는 것.
컴퓨터 해커들이 다른 사용자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일반적인 방법은▲「트로이」프로그램의 이용▲컴퓨터통신망 운영시스템의 약점이용▲순차적인 사용자의 암호해독법등이 있다.
트로이 프로그램은 게임프로그램등으로 위장된「간첩프로그램」을 이용,다른 사용자가 실수로 사용명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해 알아내는 방법이다.
시스템의 약점이용은 운영프로그램의 실수를 찾아내 사용자들의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이고 순차적인 암호해독은 비밀번호를 순차적으로 일일이 입력해 보는 방법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첨단 보안시스템은 슈퍼컴퓨터를 10년 이상 작동해야 풀어낼 수 있는 암호프로그램이다.그러나 최근 해커들은 이렇게 어려운 암호를 푸는 대신 사용자들의 실수나 부주의를 틈타 쉽게 접근한다.그래서 컴퓨터 해커를 찾아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李元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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