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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인터뷰>한국형개발주역 한필순 前원자력硏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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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 ○… ○… ○… ○… ○… ○… ○… ○… ○… ○…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남북을 비롯,미국.일본.러시아등 관련국가들은 각각 경수로 지원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속으로 주판알을 튀기기에 여념이 없는모습들이다.기술은 줄 수 있어도 자금만은 못대 주겠다던 미국이최근 재정지원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는가 하면 이 문제에한발짝 물러서 있던 일본은 유럽까지 포함하는「국제지원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 목소리를 가다듬기 시작했다.중국과 러시아는또 그들 나름대로 내심 이번 기회에 뭔가 챙겨야하지 않겠느냐는입장에서 靜中動 협상의 진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그러나 경수로지원의 1차적 당사자는 바로 남북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정부 역시 비용부담이 다소 크더라도 우리 주도아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 다는 태도를 확고히 하고 있다.경수로 협상에서우리가 이만큼 자신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원전기술의 자립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원전기술의 국산화는 언뜻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지만 이번 경수로협상 역시 우리의궁극적인 목표는 통일한국의 국가에너지 자립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한국형 경수로 개발의 견인차로,또 국내외의 원자력 동향을 쭉 지켜봐온 韓弼淳 前한국원자력연구소장(61.현 연구위원)을 만나 경수로 문제의 고리와 매듭 을 풀어본다. …○ …○ …○ …○ …○ …○ …○ …○ …○ …○ …○-한국형 경수로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社(CE)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경수로(영광 3,4호기)를 우리 실정에 맞게 개량,우리 기술로 설계해 현재 건설중인 울진3,4호기가 한국형 경수로 1호기입니다.울진 3,4호기는 85년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 진해온 원전 자립계획의 소산물로 영광 3,4호기와는 기술적으로 1백여 항목의 차이를 보이며 가동률과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입니다.오는 98년 울진 3호기가 완공되면 현재 93.3%인 기술 자립도는 거의 1백%에 육박할 것으 로 보입니다.』 -한국형 경수로가 서방의 기존 원자로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뿐더러 러시아형 경수로(VVER)와 비교해서는 월등하다는데 미국.일본 등이 우리 원자로를 채택하는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것은 왜 입니까.
『우선 협상전술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카드를 최대한아끼는 차원에서 말입니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이유는 아마 누가주도권을 확보하느냐가 원자로형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한국형 원자로를 택하면 아무래도 우리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못마땅해 하는 세력들이 있을 수 있겠지요.
미국이 적성국 지원에 대한 국내법적 제약 등에도 불구하고 돈을 대겠다고 태도변화를 보이는 것이나 일본이 국제기구를 만들어「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은 자기네 부담은 줄이면서 어느 한 나라가 강력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풀이될 수도있지요.서독은 통독하면서 舊동독지역에 있던 10기의 VVER를전면 폐기했고,서방각국 역시 얼마전 구소련지역에서 가동되고 있는 VVER의 대체를 위해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한 만큼 VVER가 한국형 원자로에 비해 뒤진다 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수로 2기건설(2천㎿)에 3조2천억원이라는 막대한자금,우리 가구당으로 치면 32만원가량인데 이를 우려해 지원에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3조2천억원이라는 돈은 물론 적은 액수는 아닙니다.미국이나일본으로서도 역시 큰 액수지요.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을 담보할 수만 있다면,또 장차 통일한국을 상정한다면 이는 그리 비싸지 않은 평화.통일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또 북한에서 원자재나 노무인력을 대주고 일부 기술까지 지원받을 경우 건설비용은 크게 줄어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물론한국형 원자로를 채택하고 국제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우리 단독으로라도 지원해야 합니다.』 -지원은 한국형으로 한다고 치더라도 북한이 핵과거를 밝히는 등 투명성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도많습니다.
『핵과거의 투명성 문제는 앞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할 사안이라고 봅니다.하지만 이 경우 핵문제는 어디까지나 힘의 논리에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미.일.러 등과 긴밀히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제적인 공조체제만 잘 마련된다면 북한의 핵개발은 막을 수 있습니다.』-그래도 국민들중에는 북한에 경수로 기술을 지원해주면 그들이 이를 핵무기 기술에 전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있습니다.
***核개발에 이용못해 『원전기술은 핵무기 기술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지만 방향이 크게 다른 기술입니다.사실 원전기술은 우리가 그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핵무기 기술에선 반대로 그들이 우리를 크게 앞지르고 있습니다.따라서 경수로 기술을 가져다가 핵개발에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것입니다.오히려 그들은 경수로 기술을 배우면서 핵의 평화적 이용에 눈뜨게 될 것입니다.』 -다소 성급한 느낌이지만 일부에서는 우리 기술자 파견방식과 원전건설 적지에 대한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있습니다.
『북한에 경수로 원전을 지어줄 경우 우리도 그 전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부지는 남한과 가까운 동.서해안 어느 곳을 택하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원전건설에는 8년가량의 짧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고 이후 또 유지.운영.보수 등도 상당 기간 우리가 맡아야 한다고 볼때 부차적인 파급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평양이나북한의 다른 주요도시에 건설.운영본부를,비무장지대에 설계센터를두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그러나 그들이 개방을 염려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의 문입니다.아마 그들은 이런 차원에서 우리 기술자도 최소 인원(2천여명)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형 경수로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국 등의 외압으로 어려움도 적지 않게 겪었다지요.
『한때 단돈 1천만원짜리 연구라도 농축의「농」字,재처리의「재」字만 들어있어도 美국무부를 통해 연구중단 압력이 들어왔습니다.또 CE 본사에 기술인력을 파견했는데 이 사람들이 허드렛일만시키고 핵심기술연구에 참여시키지 않아 크게 애를 먹은 적도 있습니다.86년 겨울 당시 파견기술자중 책임자인 李炳玲박사(현 原硏원자력사업본부장)는 이를 CE측에 항의하다「본국에 연락해 당신 목을 자르겠다」는 협박까지 받을 정도로 기술을 배우기가 어려웠지요.
당시 李박사의 부인이 「당신 목이 잘리면 내가 배추장사를 해서라도 살림 책임질테니 따질건 따지라」고 해 기술을 배워왔다는일화는 유명합니다.우리 원자력기술자들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美,연구중단 압력도 空士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韓박사는 美일리노이大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원자력계에 몸담아 온 원자력계의 대부로 原硏대덕공학센터소장을 거쳐 84년4월부터 91년5월까지 原硏소장을 맡았었다.
장서가 1만권에 달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평남 강서생으로 슬하에 2남 1녀.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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