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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이어령著 "꿈의 궁전이 된 생쥐 한마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자오락이나 만화등에 빠져 문자를 잊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우리 것을 제대로 알리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장관자리를 뒤로 하고 일반인으로 돌아간이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중 하나가 바로 동화 를 쓰는 것이었지요.』 李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과창조력이다.국가경쟁력도 따지고 보면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책 제목인 쥐를 예로 들어보자.
쥐하면 보통 불결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미국하면 먼저 연상되는 것이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인데 우리는 반대로 쥐를 시궁창에서나 사는 더러운 동물로 생각한다.그동안 받았던 잘못된 교육 때문이다.
쥐에는 다람쥐.두더지.박쥐등 여러 「사촌」이 있다.또 그 이미지도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다람쥐는 귀엽고도「달리는 쥐」다.두더지는 자기가 먹은 지렁이를 반쯤 남겨두고 나중에 자라면 다시 먹는 지혜를 갖고 있다.보통 기회주의를 상징 하는 박쥐도우리 고유민속에서는 복을 부르는 동물이다.
이같이 시각에 따라 사물의 의미는 달라진다.李씨가 동화책에서노리는 점도 한 사물에 대해 무수한 정보를 제공해 아이들의 자율적 판단을 유도하는 것.
『요즘 아이들은 무척 다양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일제시대 같은 불행한 역사 경험도 없고 이데올로기 논쟁에 휘말렸던 세대하고도 틀립니다.아주 다양한 가치속에 노출돼 있지요.하지만 여러 목소리에 파묻혀 상상력과 창조력을 기를 여유가 없어요.』 그의 이번 동화책은 기존의 책들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우선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동화 형식을 빌린 에세이다.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나오고 동화를 소개하는 동화가 잇따른다.다양한 쥐 이야기가 서로엇갈리며 진행되는 가운데 아이들이 사물을 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이끌고 있다.기승전결이라는 전통적인 양식도 벗어나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수록 구성하고 있다. 李씨가 또 신경을 쓴 부분은 구어체의 회복이다.대부분의 동화가 일상의 언어와 동떨어진 문어체를 즐겨 쓰는 것을 문제로 본 것.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자연스럽게 말할 때와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할 때의 차이가 심해 말과 글의 격차가 갈수 록 벌어진다게 그의 의견이다.
『미국하면 미키마우스,일본하면 닌자 같은 대표적 캐릭터를 한번 찾아 보려고 시도했어요.우리에게는 선뜻 연상되는게 없거든요.아이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상상력이 결국 21세기를 좌우하는 원동력 아닙니까.』 李씨는 이밖에도 어린아이들이 물과 불의 세계를 여행하며 대립과 화합의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물의 나라 불의 나라』도 곧 펴낼 계획이다(삼성출판사).또한 한국의 띠.민속.신화.인물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모두 12권에 담아 올 해안에 발표할 예정(웅진출판).
『본격적인 동화작가로 변신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이 세권의시리즈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끝낼 작정이에요.아이들이한국의 원형을 어느정도 찾고 조화로운 인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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