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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한국미술 붐-소게츠미술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오는 9월 대규모 국제미술행사가 열리는 일본에서 한바탕 한국미술 붐이 일것 같다.
일본 도쿄의 소게츠(草月)미술관은 세계유명 현대미술관 관장과컬렉터들이 모이는 CIMAM회의에 맞춰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白南準씨의 퍼포먼스와 함께 「아시아의 신풍전」이란 이름으로 최재은.조덕현씨의 대형 2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9월26일부터 1주일 예정으로 열리는 CIMAM회의(Comite Internationalde l'ICOM pour lesMusees de les Collectionsd' Art Moderne)는 국제박물관협의회 산하 회의로서 매 년 세계 유명현대미술관 관장.컬렉터등 국제미술계의 영향력있는 인물 3백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
일본미술계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게 되는 이번 CIMAM회의를 통해 일본미술의 현주소를 전하고 나아가 일본이 아시아지역의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다양한 전시행사를 준비중이다.
백남준씨 퍼포먼스와 최재은.조덕현씨 전시를 준비중인 소게츠미술관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본격적인 현대미술 컬렉션을 시작한 곳으로 일본뿐아니라 세계미술계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진 현대미술관. 특히 소게츠미술관은 지난 84년 백남준씨와 조셉 보이스(1921~1986)를 초청해 피아노 2대를 부서뜨린「피아노 2대에 의한 콘서트 퍼포먼스」를 공연한 적이 있다.
백남준씨는 CIMAM회의의 전야인 9월25일 「백남준 비디오오페라 플러스 텐」이란 퍼포먼스를 펼치게 되는데 10년전 보이스와 공연했을 때처럼 피아노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게 된다. 백씨는 이번 작업에 춤.음악전문가들과 함께 비디오등 다양한매체를 동원,파괴로부터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는 일련의 과정을 시각화해서 불확실한 현대미술의 장래를 묵시적으로 그려보일 계획이다. 백남준씨의 공연에는 현대무용가 머스 커닝햄 스튜디오 출신으로 지난 91년부터 백남준씨 퍼포먼스에 동참해온 세계적 행위예술가 시몬 폴티(59)와 머스 커닝햄 무용단의 작곡을 맡았던 현대음악가 코스키 다케히사(56)가 참가한다.
또 일본 전통 피리를 부는 노(能)악사인 이소 유기히로(30)와 일본 관서지방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그룹인 보어덤스도 백남준씨와 함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아시아의 신풍전」이란 이름으로 9월26일부터 10월15일까지 열리는 최재은씨와 조덕현씨 전시는 소게츠미술관이 올해부터 한국.중국.일본의 현대미술작가를 나란히 초대,아시아의 정신성과다양한 문화를 검증해보기위해 마련한 기획의 첫번 째 전시.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최재은씨는 내년도 베니스 비엔날레의 일본대표작가로 선정됐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각지의땅 속에 묻어둔 한지가 부식된 과정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세계가 다른 세계로 서서히 질서를 갖춰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 전통과 단절된 한국현대미술의 기초를 의식하며 역사성있는 작업을 해온 조씨는 옛사진을 정교한 드로잉으로 옮기고 헌 트렁크등 과거를 상징하는 물건들과 나란히 설치해 과거와 현대를 잇는 정신적인 작업을 보여줄 예정이다.
소게츠 명예관장이며 이들 작가의 선정에 관여한 미술평론가 李慶成씨는 『CIMAM회의가 비록 일본에서 열리지만 이를 통해 영향력있는 세계미술계 인사들에게 한국작가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본인들은 물론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이 한단계 높아 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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