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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경제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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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경제가 미국.중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말 세계 증시를 덮친 '급락 도미노'는 22일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에 상륙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의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지고(어닝 쇼크), 인플레 우려에 따른 중국발 긴축(차이나 리스크) 등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제가 미국.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예견됐던 악재들이 해결될 때까지 몇 차례 파고를 넘고 나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증시 급락 도미노=국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6.29포인트(3.36%) 급락한 1903.81로 장을 마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홀로 꿋꿋하게 상승세를 이어갔던 중국 상하이증시도 150.72포인트(2.59%) 떨어진 5667.33을 기록하며 57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중국 증시는 뉴욕 증시가 급락한 데다 중국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일본의 닛케이지수(2.24%), 대만 가권지수(2.61%)도 급락 도미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경제가 약해졌다"=이번 세계 증시 급락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예상 밖으로 나빠진 미국 기업의 실적이다. 이는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급히 자금을 풀고, 금리를 대폭(0.5%포인트) 낮추면서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다시 올라갔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파티는 거기까지였다.

한국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은 잠시 활동을 멈춘 것일 뿐"이라며 "내년까지는 지속적으로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을 괴롭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의 늘어나는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와 재정수지) 규모는 이미 세계 경제의 인내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 못 믿겠다"=여기에 중국 경제 침체는 미국 이상의 충격을 우리 경제에 줄 수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3.9%) 오르자 중국 정부는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의 인플레는 우리가 사 오는 중국 제품의 단가를 올리고, 중국의 긴축정책이 강화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는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경착륙(급격한 경기침체)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발 위기가 터진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 뇌관도 여전=100달러를 코앞에 둔 고유가가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심거리다. 일단 전망은 어둡다. 달러 약세로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원유 등 실물자산으로 옮겨간 게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힘을 되찾지 못하는 한 원자재 가격도 하락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고유가는 우리 경제에 곧바로 큰 손상을 입히게 된다. 우선 한국의 교역조건을 크게 악화시킨다. 이는 다시 실질 국민총소득(GNI) 감소 등을 불러 체감경기 악화로 악순환된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날 증시 급락을 불렀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증시 급락에는 우리 경제가 고유가 충격을 헤쳐나가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김준현.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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