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문정희씨 소설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 만나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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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케이트 밀레르.에블린 쉴로등 세계적인 여성학자들의 여성학 이론을 바탕에 깔면서 전개되는,대학 여성학 강사였던 20대 후반의 한 여성과 미래를 공유할 수 없는 가정있는 한 남자와의 짧지만 빛났던 사랑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최근 출간돼 화제다.시인文貞姬씨(47)의 첫 소설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고려원刊).
그 자신 대학에서 여성학을 강의하는 필자는 性과 관련된 종래의 통념중 하나인,즉 남녀가 사랑하다 헤어지면 그 사랑의 불길에 덴 자국이 남성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여성에게는 불행한 과거의 상처가 되는 일은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다 고 異議를 제기한다.
주인공 민혜원은 이른바 일류 신랑감의 조건은 갖췄으나 줏대가없는 남재민과 전임이 될 가망 없이 전공도 아닌 과목을 수백명의 학생을 앞에 놓고 마이크로 강의해야하는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을 시도,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자유와 개성이 축제처럼 물결치는 도시,세계 범죄와 예술의 심장부 뉴욕에서 민혜원은 불야성 속에 함께 떠도는 예술가.유학생들과 어울린다.또 가볍게 떠난 나이애가라 폭포로의 여행에서 운명적인 남자,한국기업의 현지 주재원인 최진우를 만 난다.
그와의 숨막히는 사랑의 날들,임신.유산.작별,이런 통속적인(?)스토리의 전개 끝에 민혜원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몸 담던 대학에 전임 약속을 받고 귀국하면서 그는 자신에게 다짐한다.性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결코 性 때문에 예속되거 나 좌절하지는 않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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