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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드라마 속 질병도 유행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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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겨울연가'의 한 장면.

TV 드라마나 영화 속의 질병도 유행을 탄다. 과거엔 백혈병·위암·폐암 등 불치병이나 기억상실증이 극의 소재로 주로 다뤄졌다. 그러나 최근엔 위장관기질종양(GIST)·공황장애·담관암 등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질병까지 드라마에 등장한다.

  극중에서 비련의 주인공이 가장 많이 앓은 질병은 백혈병이다. ‘가을동화’(2000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년), ‘아름다운 날들’(2001년),‘안녕 내 사랑’(1999년), ‘세상 끝까지’(1998년),‘팝콘’(2000년)에서 주인공은 백혈병에 걸려 대부분 죽음을 맞는다. 극적으로 골수이식을 받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드라마도 있었다.

 그러나 백혈병은 드라마 속 불치병 1순위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의 등장 때문이다. 기억상실증도 드라마의 단골 질병. ‘겨울연가’(2002년)에서 주인공 준상(배용준 분)은 교통사고 뒤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개와 늑대의 시간’(2007년)에선 수현(이준기 분)이 총격에 부상한 채 물에 빠진 뒤 기억을 잃는다.

 이처럼 지나치게 잦은 기억상실증 설정에 식상하는 사람이 늘어나서일까? 인지기능과 함께 기억력이 떨어지는 알츠하이머병이 기억상실증 대신 드라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투명인간 최장수’(2006)에서 장수(유호성 분), ‘고맙습니다’(2007년)에서 이노인(신구 분)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극중에서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는 설정은 문제가 있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해도 50대 이후가 대상이다.

 ‘로즈마리’(2003년)에서 인경(유호정 분)은 위암으로 생을 마감한다. 국내 암 발병률 1위인 위암은 조기 진단이 늘어나면서 5년 생존율(완치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5년 생존률은 1986∼1992년 63%에서 1993∼1999년 65.2%, 2000∼2004년 66.3%로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위암 대신 기스트(GIST)라는 희귀암이 등장했다. 주말연속극 ‘인생이여 고마워요’(2006년)에서다. 기스트는 위에 생기는 종양이라 자칫 위암과 헷갈릴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위암은 음식물과 접하는 위점막의 세포에서 유래하지만 기스트는 위나 작은 창자의 장벽에 생기는 일종의 근육 종양이다. 기스트는 증상이 애매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황금신부’(2007년)에선 공황장애란 병이 나온다. 강준우(송창의 분)가 결혼하려던 여자로부터 스토커로 고발당해 외국에서 옥살이까지 한 사건이 병의 도화선으로 그려진다. 공황장애는 심한 정서적 불안 상태가 특징이다. 심리적으로 극도의 불안상태가 되면 공황발작을 일으켜서 미치거나 죽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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