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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에 쏟은 ‘38년 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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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임동조 명장이 2005년 청계천 입구 모전교 복원 작업 중 난간 받침대를 다듬고 있다.

선조들이 지어놓은 오래된 전통 석조건물들을 보수하고 복원하는 데 38년을 바쳐온 석공사 임동조(52)씨가 ‘명장’ 에 올랐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9일 임씨를 비롯해 자기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한 12명을 명장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명장은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독창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현장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한 기능인 가운데 선발한다. 1986년부터 올해까지 83개 직종에서 449명이 뽑혔다.

임 명장은 “저보다 더 뛰어난 기술과 열정을 가지고 우리 문화재 보존 작업에 묵묵히 매진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제가 이런 상을 받게 돼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그러나 국내 내로라 하는 석공사들이 한목소리로 임씨를 명장으로 추천했을 만큼 석공예 분야에서 그의 실력은 독보적이다.

1955년 전남 광산에서 태어난 그는 일곱살 연상의 형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당시는 살기 힘든 시절 아니었습니까. 형이 석공 일을 시작한다기에 ‘기술이나 배워야겠다’는 심정으로 따라나섰죠.”

형의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혀가던 임 명장은 열네살 때인 69년 경복궁 옛 중앙박물관(지금의 민속박물관) 신축 공사장에서 석공사의 길에 들어섰다.

“열심히 망치를 내려치는데 당시 도석수(석수 중 좌장격)셨던 안기호 선생께서 ‘소질이 있구먼. 이 길로 계속 가보지’라고 격려하시더라고요. 그와의 만남이 저의 인생을 결정지었죠.”

이후 임 명장은 지금까지 전통 석조문화재 복원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경희궁 자정전, 창덕궁 선정전과 인정전, 오대산 지장암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했다. 경희궁 금천교, 창경궁 옥천교, 청계천 입구 모전교 복원도 그의 작품이다. 요즘에는 광화문 복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임 명장은 늘 15명가량의 동료와 함께 일한다.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자다. 야외작업이란 업무 특성상 장마철과 추운 겨울에는 일할 수 없어 1년에 ‘돈버는’ 달이 고작 여섯달에 불과하다. 때문에 젊은이들은 3D 업종이라며 기피해 걱정이란다.

그런 그에게 아들 경묵(27)씨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경묵씨는 3년 전부터 아버지 밑에서 석공예를 배우고 있다. 임 명장은 “어렸을 적부터 저를 따라다니더니 대학을 졸업하고 ‘가업을 잇겠다’며 망치를 잡았다”며 흐뭇해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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