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공격이 최선의 방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그래픽 크게보기>

강원택(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최근 공약을 제시하는 스타일에 대해 "공격적인 이슈 선점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3불(不) 교육정책'과 '금산분리 산업정책'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차례대로 내놨다.

그의 공약은 즉각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반대 반응을 이끌어내 순식간에 대선 전선을 형성했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공격적인 주장에 수세적으로 반응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대선 어젠다의 주도권을 이 후보가 쥐려 한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측근들은 "지지율 1위로서 '이회창식 부자 몸조심'이 아니라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이슈 선점 전략의 배경은 뭘까.

①"시장 선점이 몸에 밴 CEO형 스타일"=교육이나 산업 정책은 이해당사자가 뒤엉켜 있다. 그래서 똑 부러지게 공약으로 제시하기 쉽지 않다. 이 후보는 그러나 '자율형 사립고 100곳 설립' '10년에 걸친 금산분리 완화'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마련해 공격적으로 유권자 시장에 제시했다.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인 곽승준(경제학) 고려대 교수는 "여의도 스타일은 '배고프면 밥 먹으라'는 원칙적인 얘기일 뿐이다"며 "이 후보는 미리 시장을 보고, 소비자별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한 뒤 평가받으려 한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②사르코지 모델=이 후보는 가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한 '일 더하고 돈 더 벌자'는 말이 참 좋지 않으냐"거나 "사르코지가 '친미(親美)를 부끄러워하지 말자'고 했는데 한나라당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공세적인 반평등주의가 고식적인 평등주의를 깰 수 있다고 이 후보가 판단한 근거가 됐을 것이란 얘기다.

③"30~40대가 보수화됐다"=이 후보의 주 지지층은 수도권 30~40대다. 이들이 2002년보다 훨씬 보수화됐다는 게 이 후보 진영의 판단이다. 이 후보가 친경제.친시장적.반평등주의적 발언을 해도 먹힐 정도로 표심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과거엔 평등주의 의식이 강했지만 이젠 20대 대학생조차 보수적인 주장을 수용할 정도로 풍토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