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국제수양부모연맹 가디너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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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동보호시설을 넓혀 수용하기보다 가정에 위탁하거나 입양시키는 게 불우아동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길입니다." 영국 수양부모협회의 창시자이자 국제수양부모연맹(IFCO) 총재로 활동하는 크리스토퍼 가디너(58). 지난달 31일 한국을 방문해 홀트아동복지회 등 아동 수용시설을 둘러본 뒤 불우아동에 대한 정책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수용시설에서 자란 아동이 18세가 돼 사회로 나가게 되면 70~80%가 2~3년 안에 범죄자로 전락한다는 보고서가 있다"고 소개했다. 즉 시설에 장기간 수용돼 성장하면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돼 인간 관계를 유지하지 힘들다는 것이다. "보호시설에 있었던 아동은 사회를 보는 눈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데다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경우 1970년대 초반부터 시설을 없애고 수양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하는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가디너 총재는 "많은 한국 불우아동이 매년 해외로 입양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 아이는 우리 땅에서 키워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이들을 한국 내 수양부모 가정에 위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양부모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동.친부모.수양부모 등의 관계와 권리 등을 명시한 관련 법령 등이 마련돼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디너 총재는 결혼 전인 스물여섯살에 수양부모가 돼 지금까지 열네명의 아이를 길렀으며 열두명의 손자와 손녀를 두고 있다.

IFCO는 79년 창설돼 80여개국에서 약 5천만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천여명의 수양부모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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