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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예술모임 매주 토요일 열린광장 무대 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광주는 藝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문화예술단체가 많지만 빛고을예술모임(회장 朴윤모.42.극단 시민대표)은 서민에게 편안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는「패거리」다.
올 1월 공식출범한 빛고을예술모임에 가입한 공연단체.지원팀은17개. 그러나 실제 태동시기는 호남문화예술의 본거지인 광주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어우러지는「열린 광장」이 펼쳐지기 시작한 지난해 6월로 거슬러올라간다.
직장인 등으로 구성된 노래패「꼬두메」가 먼저 문화예술회관입구원형광장에 기타와 드럼등을 들고와 노래를 부르면 웅장한 회관내의 공식무대와 거리가 먼「보통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녁식사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나온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삼삼오오 친구끼리 놀러온 중.고교생등 각계각층이 관객을 이뤘다.
처음에 1백~2백여명에 불과하던 구경꾼들이 4백~5백여명으로늘어나자 그간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어렵게 무대를 이어온공연단체와 기획.홍보등 지원팀들이「열린 광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꾸미기 위해 빛고을예술모임을 결성하게 됐다 .
전통문화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건 사물놀이패「얼쑤」와 전남대생들로 구성된 선율중창단.극단 시민.여음국악실내악단.파랑새인형극장 등 순수민간예술단체와 행위예술가들이 속속 가세했고,번갈아 가며 주말마다 저녁시간에 노래와 춤.뮤지컬.굿거리 등을 공연하기 지난해에만 30여차례.
올들어 공연내용이 알차지고 널리 알려지면서 토요일 오후7시쯤이면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으레 사람들이 모였고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함께 노래부르고 춤을 추는 놀이마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서울에는 대학로가 있지만 지방에서 순수 민간예술단체가 관객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공개행사를 계속 펼치고 있는 곳은광주의「열린 광장」뿐이다.일부 도시에서 시도는 하고 있지만 그나마 모두 단발성으로 그치거나 관에서 주도하고 있는 실 정이다.』 얼쑤의 기획자로 빛고을예술모임에 참여해 총무를 맡고 있는金利權씨(27)의 설명이다.
시민의 열띤 호응은 시장판이 될 것을 우려해 당초 장소제공을꺼렸던 문화예술회관측의 시각까지 바꿔놓았다.
문화예술회관이 음향기기등을 빌려주고 실제 소요경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올해 3백만원의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해주기에 이른 것이다.
이보다 빛고을예술모임사람들의 가슴을 더 뿌듯하게 만든 것은 7일 올들어 열번째로 열린 공연마당에 시립교향악단이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사실.
시립예술단체가운데 합창단.국극단.소년소녀합창단 등은 원형광장에서 한두번씩 공연했지만 공식무대에만 익숙해 그간 여러 이유를들어 나오지 않던 시립교향악단을 밖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朴회장은『「열린 광장」은 이름 그대로 전문단체와 아마추어단체를 구분하지 않고 노래.춤.국악.뮤지컬.굿.행위예술등 모든 장르에 개방하고 있다』며『슬리퍼를 신고 산책나온 젊은이나손자의 손을 잡고 바람쐬러온 할머니나 모두 환영한다』고 말했다. [光州=李海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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