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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화가들 ‘뉴욕 미술계’ 홀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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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 웨민쥔의 95년작 ‘처형(유화, 150 x 300 cm)’. 12일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달러(약 54억원)에 낙찰.

‘21세기 중국문화지도’는 영화·문학·음악·패션·출판·공연 등 다양한 문화 장르를 통해 중국 문화계의 최신 트렌드를 짚어보고 오늘날 중국 문화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인사들을 소개하는 기획시리즈입니다. 첫 주제는 현대미술입니다. 중국 현대미술에 쏠리는 국제적인 관심과 국내 시장의 뜨거운 성장세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풀어봅니다.

(2)장샤오강의 92년작 ‘새 세기의 장, 중국의 탄생’(혼합재료, 149.3x119.5 cm). 9월 20일 뉴욕 소더비에서 310만달러(약 28억원)에 낙찰. (3) 팡리쥔의 98년작 ‘무제’(유화, 250 x 360 cm). 9월 20일 뉴욕 소더비에서 170만달러(약 16억원)에 낙찰. (4)왕광이의 98년작 ‘Mao AO’(유화,176.5 x 356.2 cm). 13일 런던 필립스 경매에서 416만달러(약 38억원)에 낙찰.

#1. “중국의 제2차 문화혁명이 뉴욕 미술계에서 폭발하다”. 영자신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10월 12일자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신문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차이궈창(50)의 회고전을 내년 2월 22일~3월 28일 연다”면서 “중국 출신 작가가 구겐하임에서 하는 최초의 회고전”이라고 설명했다. 구겐하임은 지난해 미국 현대미술관으로는 최초로 아시아 현대미술 수집을 전담하는 부서를 창설했다.

#2. “중국 현대미술 시장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판매 총액과 가격은 점점 더 높아지고 컬렉터는 계속 늘고 있다.”
 국제 미술시장 평가 사이트인 아트프라이스(web.artprice.com)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사이트는 또 지난 연말 분석에서 중국 현대미술 작가(1945년 이후 태생)들의 작품 경매가는 2004년 1월 이래 3년 만에 440%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세계 예술품 경매시장의 전체 성장률이 44.6%였다. 아트프라이스가 선정한 ‘2006년 가장 많이 팔린 100대 작가’ 명단에 중국 작가는 10명이 포함됐다. 장샤오강의 경우 경매 총액 2390만 달러(약 219억원)로 38위를 차지했다.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 이후부터다. 황용핑·왕두 등 당시 중국 공산당에 저항했던 작가들이 외국으로 망명해 활동하면서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천안문 사태를 전후해 외국으로 나간 해외파와 국내에 남아서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업을 계속한 작가를 합쳐서 ‘차이나 아방가르드’ 작가라고 부른다.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중국 작가 21명이 대거 초청되면서 중국 현대미술은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에 이른다. 여기에 뭔가 새로운 수집 대상을 찾고 있던 유럽과 미국의 미술계,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함께 재력이 커진 화교들의 힘이 결합돼 국제 미술품 시장에 중국 붐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중국 현대미술 경매를 시작한 것이 2004년 10월이다. 이후 이들 경매회사의 중국 작품 판매액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래픽 참조>
 지난달 20일 뉴욕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는 총액 3844만 달러(약 353억원)로 이 부문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불과 17일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7일 홍콩의 중국 현대미술경매에서 4250만 달러(약 390억원)가 낙찰된 것이다. 작가들의 최고가 기록도 잇따라 경신되고 있다.

<사진참조>
 세계적인 거물 컬렉터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영국의 찰스 사치경은 지난 4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 현대미술을 계속 주시한 결과 그중 몇 퍼센트는 세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데미언 허스트를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낸 그는 지난해 10월 런던 경매에서 장샤오강의 ‘혈연’ 시리즈를 150만 달러(약 14억)에 구입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내년 초 런던에 ‘사치 갤러리 2008’을 개관하면서 ‘새로운 중국 미술’이란 기획전을 열어 장을 비롯한 21명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해외파는 거대한 미사일 설치 작업을 한 조각가 왕두, 화약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이를 태우는 작업을 하는 차이궈창이 특히 유명하다. 국내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무력감을 냉소와 허무, 정치적 풍자라는 코드로 녹여냈다. 미술평론가 리시엔팅이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와 ‘정치적 팝(political pop)’이란 이름을 붙인 연유다. 장샤오강, 왕광이, 웨민쥔, 팡리쥔을 보통 아방가르드 4대 작가로 꼽는다. 경매시장에서도 이들 작가의 판매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이달 예술전문지 아트리뷰 매거진(www.artreview.com)이 세계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 100명을 선정한 ‘power 100’ 명단에 중국작가 두 명이 포함됐다. 건축가이자 작가인 아이 웨이웨이(68위)와 화가 장샤오강(86위)이다.

  이처럼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 현대미술 작품이 ‘블루칩’으로 대접받고 있는 사실에 대해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의 판공카이 원장은 “서구 미술기법에 중국의 문화와 일상이 잘 결합된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계에 어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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