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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교향악단·서울시향·부산시향…"지휘자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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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휘자를 찾습니다.' -KB

S 교향악단.서울시향.부산시향 등 국내 교향악단들이 새 음악감독(상임 지휘자)을 찾느라 바쁘다. 전주시향.원주시향.청주시향 음악감독 자리도 비어 있다. KBS 교향악단은 내년 2월로 임기가 끝나는 드미트리 키타옌코(64)의 후임을 찾고 있으며 곽승씨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던 서울시향과 부산시향도 후임을 물색 중이다.

코리안심포니.프라임필하모닉 등 민간 교향악단들은 예산 부족으로 객원 지휘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KBS 교향악단의 새 음악감독에는 루마니아 태생의 유대계 지휘자 요엘 레비(53.벨기에 플랑드르 방송 교향악단 수석 지휘자),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키스 베이클스(61.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음악감독), 이탈리아 태생의 알도 체카도(70.함부르크 음악원 교수) 등이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6일 KBS홀에서 체카도가 지휘봉을 잡는 KBS 교향악단의 '기획 연주회'도 음악감독 선임을 앞둔 일종의 오디션 같은 공연이다. 이들 세 명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베이클스. 1997년에 창단된 말레이시아 필하모닉을 아시아 굴지의 교향악단으로 성장시킨 초대 수석지휘자다. 레비는 내년 9월부터 파리 근교의 일드프랑스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겸한다.

서울시향도 해외에서 새 음악감독을 찾고 있으나 계약을 체결한 뒤 1~2년이 지나야 임기가 시작되므로 올해는 객원 지휘자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부산시향은 국내외 지휘자 중 후보를 물색 중이지만 89~95년 세 명의 외국 지휘자들을 영입한 경력에 비춰볼 때 외국인을 초빙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조만간 KBS 교향악단을 비롯, 서울.부산.대구시향의 상임 지휘자가 모두 외국인으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국내 교향악단이 무조건 외국인 지휘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향.부산시향의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만큼 한국인 지휘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레퍼토리의 중복도 피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준다는 면에서 한 명의 지휘자가 국내에서 두 개 이상의 교향악단을 겸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음악계에서는 매번 상임지휘자를 외국에서 모셔올 게 아니라 신예 지휘자 발굴 등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시향.수원시향에서 실시하고 있는 부지휘자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지휘 캠프, 지휘 콩쿠르 등을 통해 기회를 자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처럼 거의 연중 무휴로 오페라.발레를 공연하는 오페라 전용극장의 활성화도 시급하다. 오페라 극장이 지휘자 양성소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오페라 코치는 전문의 개업을 앞둔 인턴에 비유할 수 있다. 오페라 극장에선 거의 매일 작품이 올라가기 때문에 부지휘자를 여럿 두고 있다.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몸값이 뛰지 않은 젊고 유능한 지휘자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49)은 19세 때 본마우스 심포니 부지휘자로 발탁된 데 이어 35세 때 버밍엄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았다. 그가 버밍엄심포니 부지휘자로 발탁한 사람은 당시 19세였던 대니얼 하딩(29). 하딩은 현재 독일 브레멘 캄머 필하모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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