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실패한 아프리카 지역 신탁통치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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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프리카는 지금 분열과 좌절의 격렬한 고통에 휩싸여 있다.겨우 싹텄던 현대화도 뒷걸음치고 있다.아프리카人들은 反식민지투쟁에는 단결해 해방되는데 성공했지만 경제발전과 정치안정에는 철저하게 실패한 것이다.식민지 해방 이후 아프리카人에 게는 전쟁과기아,그리고 폐허가 유산처럼 대물림하고 있다.그 결과로「휴머니즘」을 앞세운 외부의 개입이 정당화되고 있다.또 소말리아나 라이베리아처럼 중앙정부가 완전히 붕괴된 국가는 오히려 외부의 개입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
90년대 들어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고있는 혼란은 아프리카에 오히려「再식민지화」가 필요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새삼스럽지 않을정도다.이런 지적은 잔혹한 르완다사태 이후 더 설득력을 갖고 있다.본인도 지금 아프리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는 적어도「호의를 가진 신탁통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런 신탁통치는 예전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1960년 벨기에 철수 이후 질서를 상실한 콩고에 실시됐던 유엔의 신탁통치처럼 앞으로의 신탁통치는 훨씬 국제적이고 脫서구적인 경향을 띨 것이다. 우선 신탁통치를 하는 국가가 백인 일색에서 이제는 아시아나 아프리카등 유엔의 다른 회원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그리고 21세기에는 에티오피아(그때 에티오피아는 지금보다 훨씬 더안정되어 있을 것이다)가 유엔의 요청을 받아 소말리아를 신탁통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집트가 수단의 신탁통치국으로 등장하지말란 법도 없다.또 그때는 유엔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앙골라 내전을 끝내도록 개입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아프리카人들은 지역적인 통합과「팍스 아프리카」를 위해 서로 우호적인 간섭과 압력은 증가시켜야 한다.
르완다와 부룬디도 좀더 큰 국가로 통합되었다면,그래서 투치族과 후투族이 많은 부족들중 하나의 위치에 머물렀다면 지금과 같은 비극적인 상호 살육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는 단지 일시적인 외부의 도움만으로도 회복 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몇몇 나라에 대해서는 당분간 신탁통치가 필요할 수 있다.그러나 신탁통치가 비열한 착취를 포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안전보장회의같은 조직체가 필요하다.이 조직체는 필요한 경우 평화유지군도 갖추어야 한다 .또 인구는 세계의 10%에 불과하지만 세계난민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감안하면 유엔처럼 고등난민판무관실도 만들어야 한다.
아프리카 안전보장회의는 아프리카의 주요국가들,이를테면 이집트.南阿共.케냐.자이르.나이지리아등이 참가해야하며 이들은 반드시유엔과 보조를 맞추어 서로 협조해야 한다.
바야흐로 세계에는 지역통합의 물결이 일고있다.유럽에서도 통합의 물결이,북미에서도,아시아에서도,심지어 중동에서조차 지역통합의 바람이 거세다.만약 우리가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는 지구촌의 절망적인 변방지역으로 영원히 남 을 것이다.
지금 분명한 것은 아프리카가 외부의 식민지가 되기보다는 우리끼리의 신탁통치가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아프리카는 아프리카人들에 의해 지켜지는 평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아프리카人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식민지 해방투쟁 때보다 훨씬 큰 자제력과 용기,그리고 엄격한 자기규율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美LA타임스紙=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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