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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함께>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 孔枝泳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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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 작품은 모두 30대만이 겪을 수 있는 갈등을 그리고 있어요.페미니즘 소설 역시 30대가 주인공이어서 일반인의 상식수준을 벗어난 내용도 있을 수 있겠지요.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세상사를 바라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 습니다.』 페미니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문예마당)와 노동문제를 연애소설로 「포장」한 『고등어』(웅진출판),단편모음집 『인간에 대한 예의』(창작과 비평사)등 3권을 동시에 주요서점의 한국소설부문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올려놓고 있는 소설가 孔枝泳씨(32).지난해 1월에 발표된 『무소의 뿔처럼…』가 30만부,『고등어』와 『인간에 대한 예의』는 발매 1개월만에 각각5만부가 팔렸다.
특히 『무소의 뿔처럼…』는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져 남자들로부터는 「내키지 않는」동의를,40~50대 여성들로부터는 『그 정도로 왜…』하는등의 핀잔도 받으며 줄곧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5년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孔씨는 먼저 자기 작품의인물과 상황이 90%쯤 지어낸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그녀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소의 뿔처럼…』에 등장하는 무례하고도 도전적인 여자주인공에게서 독자가 곧바로 작가 자신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대한 경계에서일 터이다.
『무소의 뿔처럼…』가 80년대이후 더욱 당당해진 신세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이라면 『고등어』는 오장육부를 다 드러내놓고 살지만 80년대의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는 젊은이들을 그리고 있다.
90년대에 묻혀 들어가는 80년대의 많은 사회의식에 대한 「燒紙의식」인 셈인데 孔씨 자신도 『고등어』를 끝으로 앞으로는 90년대 이야기를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문제를 쓰되 지금까지 현상을 고발하는데서 벗어나 다소 공상적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나름대로 문제해결 방안까지 제시해볼 생각입니다.우리사회에서 發芽중인 바람직한 현상들을 끄집어내성숙시킨다고나 할까요.』 문제의식이 강한 작품을 발표해온 孔씨지만 대학때는 학생운동의 언저리만 떠돌던 「동조파」에 지나지 않았다.졸업후 대학원 진학에 실패한 그녀는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서 전화를 받으며 존경하는 문인들에게 커피대접이나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6개월 정도 일하다가 86년 가을학기에 「詩나 쓰는교수가 되어 삶을 편안하게 살 요량」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고전에 치우치는 강의에 염증을 느껴 한학기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대학원을 중도에 포기하고 그녀가 눈돌린 분야가 바로 노동운동.노동운동가들 틈에 끼어서 1년정도 공부하고 87년 11월 구로공단 인근의 한 전자부품제조회사에 취업,1일 2교대의 고된작업을 하다가 1개월만에 신분이 발각돼 강제 퇴사 당한다.그후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 그녀는 절대로 본받아서는 안될 케이스로 학습대상이 되기도 했다.그런 가운데서도 그녀는 사회문제에 대한관심만은 버리지 못해 87년 대통령선거때 구로구 개표부정현장을찾았다가 용산경찰서로 끌려가 1주 일간 구류를 사는 고통을 당했다. ***한때 노동운동도 체험 그당시 경험한 「갇힘」의 암담함을 주제로 한 작품이 바로 단편 『동트는 새벽』.지난 88년 『창작과 비평』가을호에 실린 이 작품으로 그녀는 문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
졸업직후 무크지 『문학의 시대』에 『이태원의 하늘』등 4편의詩를 발표하기도 했던 孔씨는 『소설이 삶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문학형태여서 소설가가 되었지만 죽기 전에 시집 한권 정도는 남기고 싶어요』라고 詩에 대한 강한 애착도 보였 다.
임신 9개월째인 그녀의 남편은 영화 『숲속의 방』을 감독한 오병철씨.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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