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25 - '오랫만에' '오랜동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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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에 그리던 고향 집에 돌아오니 너무나 편안해 눈이 저절로 스르르 감겼다."

'오랫만'과 '오랜만'은 발음이 똑같아 어느 것이 맞는 표기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앞 문장의 '오랫만에'는 '오랜만에'의 잘못이다. '만'이 의존명사라면 띄어 써야 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을 필요가 없다. 조사라 하더라도 부사와 조사가 결합한 단어를 합성어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쓸 이유가 없다.

'오랜만'은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를 의미하는 명사다. '오랜만'은 '오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래간만'의 준말로, '오래간만'의 '가'가 생략되고 줄어든 형태다.

"나는 오랜동안 고민한 끝에 드디어 가족과 함께 이주하기로 결심했다."

이 문장의 '오랜동안'은 '오랫동안'의 잘못이다. '오랜'은 '오래다'(형용사)에서 온 말로서 '이미 지난 동안이 긴'이란 뜻의 관형사다. '오랜'이 '오랜 역사' '오랜 세월' '오랜 옛날'처럼 쓰이다 보니 '오랜 동안'도 맞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은 '오랜+동안'의 형태가 아니라 '오래'(부사)와 '동안'(명사)이 결합해 한 낱말로 굳어진 합성어다. 그래서'오랜동안'으로 쓰지 않는다.

이때 '동안'의 'ㄷ'이 된소리로 발음나기 때문에 표기할 때 사이시옷을 넣는다. 물론 '오랫동안' 대신에 '오랜 시간'이나 '오래'처럼 다른 말을 써도 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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